10월 중순이면,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 날씨인데, 예년과 달리 갑자기 기온이 확 떨어졌다.

일기예보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지니, 나들이할 때 두꺼운 옷차림을 하라고 했는데도얇은 옷을 입고 온 아이들은 춥다고 한다.

이것도 기후위기 체험이라면 체험이다.

창원 청소년들이 지난 6월에 이어 함안에 있는 무기연당(舞沂蓮塘)과 무진정(無盡亭)을 찾아서, 우리 고장 정원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은 청소년들이 단체로 밖으로 나가면 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함안에 있는 무기연당이나, 무진정에는 체험할 것도 없을 건데, 아이들이 그리 좋아할까? 하겠지만, 어떻게 보고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함안 무진정 왕버들. 무진정은 이수정(二藪亭)이라고도 불린다. 두 이름도 논쟁이 많았다.

무진정에는 왕버들이 어른 노릇을 하고 있다.

그리고 팽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느티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버드나무는 옛이야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무다.

버드나무 이름 뜻은 나무줄기가 부드러워서 부드럽다는 뜻을 담기기도 했지만, 줄기가 쭉 뻗어 나가는 뜻 '벋다'에서 나온 말이 더 신뢰가 간다.

 

아저씨 정원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요?”

아저씨 정원이 뭐예요?”

우리나라는 정원이 많지 않잖아요?”

아이들과 함께할 때는 그냥 한 방향으로 설명해주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궁금할 때 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궁금 안 하면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역량이다.

 

오래전, 사람들은 자연에서 사냥이나 채집활동을 하면서 늘 자연과 함께해온 이야기부터 한다.

좀 더 커서 외국 여행을 가보면서 많이 보는 것이, 꾸며놓은 정원이기 때문에 정원을 알면 여행이 더 풍부해진다그래서 여행을 하려면 정원공부가 기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정원을 모르면, 그냥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정원이 없다고 생각 할 수 있다제대로 알면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이 다르고, 보고 느끼는 즐거움 또한 다르다.

여행도 행복해지기 위해 가는 것이고, 내가 가까이 있는 둘레 것들을 아는 것도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무기연당과 무진정에서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는 많다.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다 할 수 없어, 이번에는 무기연당과 무진정에 있는 나무와 정원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우선 무기연당과 무진정에 있는 나무에 대해서 살펴보고, 간단히 스케치를 하고 난 뒤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질문을 꺼려 하다가, 한 아이가 질문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계속 질문이 나온다.

왜 여기는 소나무와 향나무를 심었어요?”, “여기는 왜 버드나무가 많아요?” ,“정원에 물은 왜 있어요?”,연못 가운데 동그란 섬이 왜 있어요?”

처음에는 춥다면서 움직이기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정원공부에 재미를 붙여, 오후에는 창녕에 있는 성씨고가 정원도 찾아보기로 했다. 이렇게 이어지면 오늘 정원공부는 성공이다.

다른 버드나무와 달리 왕버들은 잎도 넓고 둥치도 크다. 무진정을 찾는 사람들은 이 나무가 왕버들인 줄 모른다. 그래서 그냥 고목이라 한다. 고목과 왕버들이 무엇 그리 중요하겠냐 싶겠지만, 관심은 제대로 된 이름을 불려주는 것부터 시작이다. 나무이름표라고 달았으면 좋겠는데, 함안군청에서는 이런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무진정에 오래된 버드나무가 없다면, 아름다운 풍경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런데 무진정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는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나무줄기 가까이에는 길이나 무거운 돌이 있으면 뿌리가 숨쉬기가 힘들다. 당장은 죽지 않지만, 서서히 기운을 잃어갈 것이다. 

이런 나무가 한 두 그루가 아니다. 많다. 사람도 여유 공간이 있어야 하듯이 나무도 여유 공간이 있어야 한다. 강아지를 좁은 공간에 가둬 키우면 동물권 침해라며 문제를 삼는 시대이다. 인권, 동물권도 있듯이 식물권도 있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은빛 물결을 아이들은 잘 모른다. 은빛 물결 하면 해질녘 섬진강 은빛, 금빛 물결이 이름났지만, 무진정에도 은빛 물결을 볼 수 있다.

지난 6월에 무진정을 둘러보고, 에너지 적게 쓰는 정원설계를 해서 발표했다. 코로나19로 갈수록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함안 무기연당. 참솔, 200여년된 붉은 소나무와 무기연당 주인이다.
함안 무기연당. 참솔, 200여년된 붉은 소나무와 무기연당 주인이다.

우리나라 정원에 관련된 책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중에서 2020년에 출판된 <한국정원기행/사진,글 김종길 저/미래의창>이 쉽게 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정원기행에 무기연당창녕 성씨고가이야기도 나와 있다.

커피를 주로 파는 찻집이 지금 한창 유행이다. 커피 맛뿐만 아니라, 실내장식, 둘레 풍경이 아름다운 찻집을 순례하듯이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연을 대하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자연 그대로 것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잘 꾸며지고, 많은 이야기가 있는 꾸밈자연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21년 가을 식구들과 함께하는 꾸밈자연, 정원을 찾아보는 나들이도 해봄직하다.

 

* 덧붙이는 글

- 함안 무진정 주소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4 25
가까이 식당 있음.

- 함안 무기연당 주소 : 함안군 칠원읍 무기133

- 창녕 성씨고가 : 창녕군 대지면 석동1 11

 

** 굴렁쇠아저씨 한중권

아이들과 역사생태체험을 하면서 즐거운 삶에 대해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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