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아트홀에서 열린 권나무 진주 공연

싱어송라이터 권나무가 8월 한 달간 <Going South>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공연 투어의 종착지로 선택한 진주를 찾았다. 작년 12월, 평거동 <최셰프>에서의 공연 이후 8개월 만의 진주 무대다. 이번 투어는 창원, 부산, 제주, 김해, 진주에서 차례로 진행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초반 몇 곡을 노래하는 동안 쉬이 말문을 열지 못하던 그가 공연 중반 이후 담담하고 차분하게 풀어놓은 속내를 정리해 본다.

 

 

1.
지난주 김해에선 말도 많이 하고, 밝고 즐겁게 공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진주 공연에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안 좋아서가 아닙니다. 진주는 저에게 특별한 곳입니다. 태어난 곳은 김해이지만 이곳 진주에서 대학을 다녔고, 소중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그러니 저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곳이 진주인 셈입니다. 제 노래 가운데 다수의 곡이 대학 다니던 시절 진주에서 만들어진 곡입니다. 그래서 진주에 오면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오늘 공연을 위해 김재희님, 김기종님, 강준영님 그리고 진주청춘학교 분들께서 너무나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저 감사하고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오늘 진주 공연은 특별히 <크랜필드>의 이성혁님과 비올라 연주를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신 강희원님께서 이렇게 연주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2.
저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그런데 교사와 음악 중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한다면 뭘 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참 당황스럽습니다. 둘 다 좋거든요. 꼭 선택을 해야 하나요? 둘 다 하고 싶지만,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을 한다면, 그래서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교사를 선택하겠습니다. 음악은 집에서 해도 되니까요. 방안에 앉아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를 수 있잖아요.

 

 

3.
10년 후의 권나무는요? 글쎄요. 뭘 하고 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의 계획은 일단 3집까지 앨범을 내는 것입니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음악을 세 장의 음반 안에 다 담아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엔 음악을 안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3집 안에 다 담고 나면, 굳이 음악을 할 이유가 없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물론 모르죠. 그래도 계속 음악을 할지도. 그러면 그땐 또 다시 하고 싶어졌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4.
제가 이렇게 음악을 할 수 있는 건 친구들의 힘입니다. 진주의 <바나나코>, 창원의 <엉클밥>과 <조용호>, 부산의 <김일두>와 <김태춘>, 이런 형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그 형들을 보고 따라 걸었을 뿐입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5.
처음으로 공개하는 이야기인데요, 2집을 준비 중입니다. 올 11월이면 저의 2집을 만나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는 또 다른 공연장에서 여러분들과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진주에는 공연을 할 만한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에나비스타>, <다원>, <뭉클> 등의 공간이 있고, 물론 아직 제가 가보지 못한 공간들도 있겠지요. 여기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아트홀도 좋은 공간입니다. 다른 뮤지션들도 여기에서 공연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 공연도 많이 찾아주시고, 음악도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 객석에 멀리 서울, 제주 등지에서 오신 분들도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 와주신 여러분,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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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의 노래> 가사 전문
큰 바퀴 마차를 타고
모자엔 하얀 깃을 꽂고
한적한 숲길을 따라
아름다운 나의 그녀를 찾아
나 비록 가진 게 없고
이 몸과 내 마차뿐이지만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밤새 휘파람을 불며
나무로 된 궁전을 짓겠어요
어느 언덕에

잠자는 그녀를 깨워
창문에 흰 커튼을 묶고
한적한 숲길을 따라
벼가 익는 마을을 찾아
나 비록 가진 게 없고
이 몸과 내 마차뿐이지만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밤새 휘파람을 불며
나무로 된 궁전을 짓겠어요
어느 언덕에

과일들과 노래와
이야기들이 흐르는 저녁에
나의 허풍 속에 숨겨진
귀여움을 찾아내는 멋진 그대와
긴 밤의 촛불을 끄겠소

긴 밤의 촛불을 끄겠소

 

- 권나무 1집 <그림>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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