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먹어요”
다이어트가 아니다. 밥 먹으면 민감한 장이 놀라서 운전대 잡는 1시간 동안 참을 수 없단다. 진주 시내버스를 7년째 운전하고 있는 장길녀 씨(진주시민버스). 운전 중 생리 현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진주 시내버스 여성 운전기사 1호인 장 씨에게 난폭운전에 대해 물었다.

#시내버스는 연중무휴인데 근무시간은?
- 오전 근무조가 아침 5시 50분에 시작해서 오후 2~3시까지 시내버스를 운행합니다. 오후조는 오후 1시 30분~3시부터 밤 11시 40분 사이를 운전하고요. 제가 운전하는 350번(구 35번) 버스는 6분 배차 간격이에요. 한 바퀴 돌고 나면 25분 휴식인데 요즘은 10분 휴식도 챙기기 어려워 밥도 5분 만에 먹어요. 화장실 가기도 뭐하고. 근무조가 바뀌는 일요일이면 그나마 여유 시간이 조금 생기는 게 전부예요. 꼭 쉬어야 하는 경우는 대체 승무원에게 맡기고 휴무하죠.

#근무 일수가 많으니 월급도 많이 받겠네요?
- 체력단력비와 휴일근무수당을 포함해 30일 근무해도 150만 원 조금 넘어요. 진주 시내버스 회사가 3곳이에요. 수익 내려고 기사들이 운전대를 잡으면 전쟁입니다. 배차 간격에 시달리면서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성격이 나빠서 그런 게 절대 아니라 다들 빠듯해요. 그래서 공영제가 기사에게도, 시민들에게도 꼭 필요합니다. 공영제는 시내버스 회사가 벌어들인 돈에서 운송비를 제외한 적자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전해 주는 제도예요. 버스 운영의 공영성을 강화한 제도지요. 부산과 창원에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버스 배차 간격에 쫓기지 않으니 신호무시, 난폭운전을 하지 않겠지요. 승객인 시민들도 불친절하고 난폭한 시내버스가 아니라 친절하고 안전한 시내버스를 탈 수 있죠.

#시내버스 운전하면서 즐거울 때는 언제?
- 시 외곽을 6년 운전하다보니 마을 어르신 한 분, 한 분 다 알고 지냈어요. 시골인심이 훈훈해서 곡류, 채소, 반찬거리도 많이 챙겨주셨어요. 아, 제가 선글라스 끼고 운전하는 게 멋있다고 칭찬해주세요.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말에 대답해주는 손님이 고맙죠.

#그래도 얄미운 손님이 있죠?
- 술 먹고 험한 말 하는 분들은 물론 힘들고 짜증 나요. 1200원 내고 쾌적한 이동을 하는 게 시내버스예요. 근데 버스 안에 씹던 껌이랑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손님들이 야속하지요. 오죽하면 시내버스 쓰레기 줍는 전담 아저씨도 있어요.

#진주 시내버스를 타고 훌쩍 여행하기 좋은 곳은 어느 노선일까요?
-중촌가는 버스(343번)를 추천하고 싶어요. 하루 4번 운행하는데 진주 대아고를 출발해서 이마트, 롯데시네마, 육거리, 완사를 지나 남강과 진양호를 구경하는 경치가 그만이에요. 안개 자욱한 모습에 사진가들이 즐겨 찾아요.

“63세 정년까지 운전대를 놓고 싶지 않아요.”

매화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곧잘 웃는 정겨운 장길녀 씨. 화장실 갈 여유도 없는 빽빽한 버스 배차 간격과 노동강도. 적은 월급. 여기에다 ‘친절하라'고 윽박지르고 요구한다. 버스 기사는 시간에 쫓겨 승객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거나 한참을 기다렸는데 세워주지도 않고 ‘쌩’하고 지나가버리기도 한다. 장길녀 씨와 잠깐 인터뷰하면서 버스 공영제 도입의 필요를 다시 생각했다. 시민은 승객으로서 안전하고 편안한 대중교통 이용을, 버스 기사는 노동자로서 안전한 노동조건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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