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물과 식량 자급 시스템 구축해야

최근 청주에서 나흘간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최악의 단수사태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폭염에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수돗물이 청주시 전역에 정상 공급되는 데만 76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시민 생존의 일차적 요건인 물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난 셈이다.

편리한 도시생활에서 시스템 붕괴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는다.

'산촌에서 찾은 또 다른 자본주의'라는 부제를 단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머니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지적한다.

글쓴이 모타니 고스케(일본총합연구소 주석연구원)는 묻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돈일까? 그렇지 않으면 식량과 연료일까?'라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돈을 내면 먼 곳에서 물과 식량과 연료를 보내주는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면 아무리 수중에 돈이 있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화폐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사람들은 자신이 생명체로서 연약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모타니 고스케는 이런 감정을 잊어버리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이 부족해져도 물과 식량, 연료를 계속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미리 준비하자고 말한다.

▲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취재팀 지음)

어렵지 않다. 집 옆 텃밭, 우물, 잡목림, 석유드럼통 스토브가 있는 것만으로 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본 오카야마현의 마니와시. 주고쿠산지의 산속에 있는 마을이다. 전형적인 산촌지역처럼 임업과 제재업이 지역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주택건설 침체로 목재산업이 어려워졌고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발상의 전환이 에너지혁명을 일으켰다. 쓰레기로 취급받던 나뭇조각이 제재소에서 전력으로 만들어졌다. 톱밥도 압축해 연료가 됐다.

마니와시는 시 전체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중 11%를 나무에너지로 충당한다. 올해는 전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 절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외부에 전기 판매까지 한다. 산의 나무를 전부 빠짐없이 사용해서 전기나 석유처럼 외부에서 들여온 에너지공급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지역을 목표로 세웠다.

또 다른 산촌마을 쇼바라시. 주민들은 스토브로 밥을 짓는다. 산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셈.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산림파괴가 진행된다면?

저자는 산촌자본주의로 경제 안정을 꾀한 오스트리아를 예로 든다. 오스트리아는 톱밥을 압축한 에너지, 펠릿보일러를 상용화하는데 산림 마스터라고 불리는 제도를 운영한다. 1년 동안 벌채할 수 있는 목재의 양과 벌채구역을 결정하고 판매처를 확보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오래갈 임업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작업이다. 임업종사자는 젊은이들을 산으로 몰리게 했고 멋진 직업이라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오스트리아의 임업은 원금에 손대지 않고 이자만으로 생활하는 게 철학이다. 변동보다 안정, 단기보다 장기. 100년 뒤에도 변함없이 숲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투자를 한다. 이는 지역 곳곳에서 진행되어 자급률을 높이고 지역이 경제적으로 권리를 되찾고 있다.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보통 작은 마을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때 '우리 마을은 좋은 마을이니 뭔가를 주십시오'가 아니라 '우리 마을은 이렇게 힘듭니다'라고 한다. 자기 마을을 깎아내려서 보조금을 받아오는데, 이 보조금으로 만드는 것은 도쿄 같은 도시지역에 있는 것을 재탕이나 삼탕하기에 불과하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대기업을 포기하고 섬에서 잼 가게를 연 젊은이, 농사짓는 셰프, 농촌 빈집을 활용해 레스토랑을 열고 지역 농산물로 지역통화를 유통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책은 모나티 고스케와 NHK히로시마 취재팀이 함께 엮었다. NHK히로시마방송국의 이노우에 교스케는 '산촌자본주의'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전국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이들은 편리한 도시생활을 버리고 시골생활로 돌아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연에너지로 전환해서 탈원전을 실현하자는 것도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되돌리거나 전기가 있는 편리한 생활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원가 0엔'의 생활을 추구하자는 것.

저자의 말처럼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오직 세상이 머니자본주의로 돌아간다는 집단 환상을 겨냥해 작은 반론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큰 의의가 있다.

328쪽. 동아시아.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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