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밴드 <지방자치아이돌AV>, 세 번째 진주 공연

지난 7월 25일, 가좌동 <The공감>에서 광주에서 온 밴드 <지방자치아이돌AV>가 세 번째 진주 공연을 펼쳤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공연을 통해 그들의 매력에 푹 빠진 진주의 팬들로 공연장이 채워졌고, 기발한 노래와 퍼포먼스, 멤버들의 재치 있는 입담에 관객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공연 내내 이어졌다. 공연 후, 밴드의 리더 김철휘(왕경태) 씨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다.

 

1.
“<AV>가 만들어진 시기는 2011년 1월 즈음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2년 정도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던 시기였어요. 마침 인터넷 영상을 보고 조금 배워뒀던 우쿨렐레가 있어서, 그걸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았었죠. 흥얼거리던 멜로디에 맞는 코드를 찾아서 연결해 보고 가사도 써 보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하고 싶어요>였습니다. 그때 저의 상황이 백수였던 터라, 무엇이라도 일을 ‘하고 싶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가사 그대로 정말 ‘하고’ 싶었습니다.
밴드 이름이 노래 제목에 어울리려면 섹슈얼리즘 코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밴드 이름이 <AV>였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인터넷 검색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방자치아이돌>이라는 문구를 넣었어요. 이 기사를 보시는 분들도 혹시 저희가 궁금하시면 포털이나 SNS에 <지방자치아이돌>을 검색하면 됩니다. <AV>로만 검색하시면 아시다시피 성인 인증을 해야 하고, 또 하더라도 저희 정보는 안 뜨고 일본 살색 사이트들만 뜨겠죠?”

2.
“그렇게 노래 한 곡을 만들었지만, 저 혼자 부르기엔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노래 부를 만한 마땅한 사람을 구하다가 지금 우리 팀의 보컬을 맡고 있는, 국내 최초 1옥타브 보컬 김디케(김대광)를 만나게 됐습니다. 디케는 고등학교 동창인데, 이 친구도 마침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광주에 내려와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우리도 <10cm>처럼 될 수 있다며 꼬드겼죠.”

3.
“활동 초기의 에피소드가 많이 기억납니다. 공연에 대한 책임감이나 윤리의식 없이 재밌을 것 같으면 그냥 했었거든요. 언젠가 카페 공연이었는데, 카페 손님들이 공연 중에 10명 정도 한꺼번에 나가버린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음악은 못해도 좋으니, ‘무조건 웃기자’ 라는 주의였기 때문에 공연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었어요. <나는 왜 여자한테 안 될까>라는 곡을 부를 때, 자전거 LED 등을 발목에 걸고 노래를 했었거든요. 노래하는 내내 발목에 LED 등이 반짝거렸죠. 노래가 끝나고 ‘나쁜 남자가 여자한테 인기가 많다는데, 기왕 하는 김에 최고로 나쁜 남자가 되려고 전자발찌를 차보았다.’라고 멘트를 했는데, 순간 분위기가 썰렁해지면서 10명 정도의 관객들이 나가시더라고요. 그때 카페 사장님은 이제 날씨도 더워지니 공연을 그만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장님께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에요. 지금은 저희 나름대로 공연에 대한, 관객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언짢을 것 같은 멘트는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4.
저희 노래 중에 <동물이 되자>라는 곡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관객들이 보시기에 가장 재미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밴드만의 색깔도 잘 드러나 있고요. 반복적인 가사에 다양한 오르프 악기들을 활용한 곡입니다. 자이언트 정의 동물 솔로가 압권이지요.

<동물이 되자> 가사 전문

오리, 한강 위에서 사랑을 나눠요
오리, 뒤뚱뒤뚱 사랑을 나눠요
오리, 날갯짓하며 사랑을 나눠요
오리, 날지 못해서 사랑을 나눠요
동물이 되자

고양이, 담벼락 위에 사랑을 나눠요
고양이, 귀가 잘린 채 사랑을 나눠요
고양이, 서로 할퀴며 사랑을 나눠요
고양이, 상처 핥으며 사랑을 나눠요
동물이 되자

누런 소, 논두렁 위에 사랑을 나눠요
누런 소, 눈물 흘리며 사랑을 나눠요
누런 소, 일하다가도 사랑을 나눠요
누런 소, 느린 겨울 사랑을 나눠요
동물이 되자

우린 지금 뭐하나 동물만도 못하나
너와 나는 뭐하나 동물만도 못하나
동물이 되자

5.
“우리 멤버들은 모두 예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단지 장난감 같은 악기들로 노래하면서 밴드라고 우기고 다니고, 의상도 부끄러운 경우가 많아서였습니다. 농담 삼아 실생활에서의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부모님이 보시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명을 쓰다 보니 관객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우리는 재밌게 공연할 거야’, ‘우리는 이런 바보 같은 아이들이야. 재밌지?’라고 선전포고 하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지방자치아이돌AV> 멤버
왕경태 (김철휘) - 작사, 작곡, 우쿨렐레
김디케 (김대광) - 보컬
추보미 (안소현) - 건반
자이언트 정 (정미정) - 드럼, 효과 악기

6.
“이번이 세 번째 진주 공연인데요, 그런 기분이에요. 이사 갔던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기분요. 이전 공연을 보셨던 분들이 다시 오셔서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즐겨주셔서 저희가 더 편안하고 재밌었습니다. 진주 특유의 공연장 공기가 있는 것 같아요. 무대에 있는 사람과 악기 소리 하나하나에 귀기울여주시고 소소한 멘트에도 즐거워해 주시거든요.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 고마운 관객들입니다. 이런 공연 문화를 만들기까지 고생하셨을 공연장 관계자들과 관객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희는 현재 정규 1집 앨범을 준비 중입니다. 12월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13곡 정도 수록될 예정이고요. 공연에서 자주 불렀던 곡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미공개 곡들이어서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좋은 앨범 만들어서, 진주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다음에도 이사 간 친구 만나듯이 별일 없이 만나면 좋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고요, 유행이라고 너무 힙합만 듣진 마세요. 진주 분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바나나코, 사랑합니다!”

<동물이 되자> 공식 뮤직비디오
링크- https://youtu.be/HGhd9mCjG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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