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진주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있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더욱이 독립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기 쉽게 독립영화를 ‘인디영화’라 하고, 상영관을 '인디씨네'라 한다. 진주 인디씨네는 바로 경상대학교 정문 맞은 편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안에 있다.

진주시민들에게 독립영화관으로 더 알려져 있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는 어떤 곳일까? 2013년부터 센터 대표를 맡은 성중곤(41)씨의 이야기로 알아보자.

▲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성중곤 대표

-“미디어는 쓰고 나누는 것이다”

비영리민간단체로 시작한 진주시민미디어센터(이하 센터)는 2005년 진주지역의 미디어활동가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었다. 2008년에는 예비사회적기업, 2010년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경남에서 처음으로 생긴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기업이다.

센터는 진주와 서부 경남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역민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다양한 문화 향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 대표는 “센터 운영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은 재정문제다”라고 말했다. 전국의 36개 시민미디어센터 가운데 아무 곳에서도 지원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진주와 전북 전주 센터 2곳 뿐이다. 운영비는 주로 후원회비와 공모전 참여 등 다양한 자체사업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성 대표를 포함해 상근직원은 5명(남 2, 여 3)이다. 독립영화 상영과 영상제작, 시민들의 영상제작 지원, 미디어교육을 담당한다.

미디어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이자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하는 공론의 장이다. 이런 미디어가 건강하고 투명해질 수 있도록 공공 미디어 정책을 연구하고 누구나 쉽게 미디어를 활용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교육과 장비, 공간 등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센터다.

성 대표는 센터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디어는 쓰고 나누는 것이다. 글을 쓰듯이 미디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제작한 영상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미디어를 만들고 나아가 이 다양한 미디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알아가는 곳이다.”

-경남의 유일한 독립영화 상영관

인디씨네는 경남에서 유일한 독립영화 상영관이다. 거제에 독립영화관이 있었지만 사라진 후 유일하게 진주에만 남았다. 2008년 문을 연 인디씨네는 매달 2편의 영화를 직원들이 회의를 통해 선정해 매주 금.토요일에 상영한다. 특별히 이슈가 있을땐 추가로 1편을 특별상영하기도 하는데 7월에는 레드툼이 인기를 끌었고 8월에는 밀양아리랑을 상영한다.

성 대표는 “부산시민들도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 인디씨네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경남의 유일한 독립영화관으로서 다양한 영상문화 발전에 기여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독립영화를 만든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독립영화 기획전을 열어 황윤 감독과의 무비토크을 열었다. 황윤 감독은 영화 ‘어느날 그길에서’, ‘작별’,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통해 로드킬, 동물원, 육식 등의 이슈를 이야기해왔다.

▲ 황윤 감독과의 무비토크

찾아가는 영화관도 운영 중이다. 극장에 가도 보기 힘든 독립영화를 동네에서 보고 싶을 때, 내가 속한 공동체에 꼭 필요한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을 때, 좋은 영화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기를 원할 때 센터에 신청하면 직원들이 찾아가서 영화관을 만들어 준다.

-“미디어 지역격차 해소한다”

▲ 진주같은 언론캠프

지난 달 27일부터 31일까지 5일동안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주같은 청소년 언론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는 우리 지역에서 언론, 미디어 계열 직업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진로와 관련된 적극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센터는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미디어교육을 하고 있다.

성 대표는 “진주에 6개의 대학이 있지만 미디어와 언론 관련 학과는 한 곳도 없다”며 “미디어나 언론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진주같은 언론캠프 참가 청소년

미디어교육은 청소년만 대상이 아니다. 공동체의 관심사와 주제를 이야기하고 이를 미디어에 담아 사회적으로 발언할 수 있도록 장애인과 노동자, 여성, 이주민 등 특정 계층의 구성원들과 함께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센터는 또 다양한 미디어 관련 강좌를 열고 있다. 5월에는 스마트폰 영상제작 교육과 ‘나만의 동영상 만들기’, ‘좋은 사진 찍는 법’ 강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밖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캠코더(Sony HVR V1n, Sony MC50N)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9월 진주에는 영화제가 열린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센터의 계획을 묻자 성 대표는 9월에 열리는 진주같은 영화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성 대표는 “올해로 8회를 맞는 진주같은 영화제에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영화제인만큼 시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주같은영화제는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서부경남 유일의 독립영화축제다.

• 일시: 9월 17일 (목) ~ 19일 (토)

• 장소: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및 인근 일대

• 경남/부산/울산 지역에서 제작된 단편/장편 영화상영, 장편독립영화 초청작 상영, 개막식(야외공연 및 야외상영), 관객과의 대화, 심야상영, 기념품 판매, 자동차 극장 체험, 폐막 파티 등

성 대표는 지역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진주에는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단체가 많은데 센터는 이들 단체의 활동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골목길 아트 페스티벌의 경우 ‘골목길 방송국’을 운영하는 등 축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올해도 축제를 빛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성 대표는 “최근들어 우리 지역에도 작은 영화관을 짓는 흐름이 있다”며 “작은 영화관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성 대표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는 우리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역민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나누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센터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편집자 주: <요즘 어떻습니까>는 매주 금요일 게재하며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다음으로 어디를 찾았으면 좋겠는지 묻자 성 대표는 진주환경운동연합에 대해 궁금해 했습니다. 성 대표는 “역사가 있는 환경단체인 환경련은 초기부터 지켜오고 있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리고 원전이나 밀양 송전탑 같은 이슈도 계속 생기고 있는데 일상적으로 하는 일과 이슈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