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미술관 진주시민모임 중재 나서

지난 16일 개관한 진주 시립 이성자미술관을 놓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고 이성자 화백의 유족 측인 이성자기념사업회(회장 신용극, 이하 기념사업회)가 졸속개관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념사업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진주시는 이성자 화백의 사후 유족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고 개관을 서두르면서 문화예술계는 물론 유족들의 빈축과 항의를 자초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관장과 학예연구사(큐레이터)가 없는 미등록 미술관이자, 공원관리사무소로 쓰려던 건물을 바꾼 것으로 미술관 전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만큼 이 화백이 진주시에 기증한 작품을 반환받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화백은 지난 2008년 3월 시에 자신의 작품 376점을 기증하면서 약정서를 썼다. 약정에 따르면 시는 2014년까지 전문가 공모를 거친 예술적 건축물을 미술관으로 건립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기증작을 본인 또는 대리인(정행길, 이성자미술관 건립을 위한 진주시민모임 상임대표)에게 반환하기로 했다.

기념사업회는 진주시가 이 약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 진주 시립 이성자미술관 개관식이 지난 16일 열렸다.

하지만 진주시는 ‘건립’이라 함은 건축법상 사용승인 또는 시공완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술관은 2014년 12월 31일 사용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약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2014년 11월 말 기념사업회 신용극 회장을 방문해 추진상황을 설명했다며 기념사업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특히 기부 특약사항에 ‘기증자와 대리인 외 누구도 작품기부에 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기념사업회의 주장은 정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초 관리사무소는 현재 미술관 사무실 공간이었고 미술관 설계 시 전시실과 수장고 등을 미술관 시설로 전면 증축한만큼 관리사무소가 미술관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 이성자미술관을 위한 진주시민모임이 30일 진주의 한 식당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처럼 기념사업회와 진주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진주시민모임은 30일 진주의 한 식당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미술관 개관을 둘러싼 문제를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사회 결과 진주시민모임은 가칭 이성자미술관을 위한 진주시민모임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특히 작품이 기념사업회에 반환돼서는 안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진주시가 미술관 운영과 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한 포괄적으로 시장에게 권한을 집중시켜 놓은 이성자미술관 관련 조례도 개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진주시민모임은 이 같은 이사회의 회의 결과를 조만간 시에 전달하고 수용을 촉구하기로 했다.

기념사업회와 진주시의 입장차가 커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진주시민모임의 의견이 양측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주혁신도시 영천강변에 자리한 이성자미술관은 지상 2층 건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억원, 진주시가 4억원을 들여 1만 3천여㎡의 부지에 건립했다. LH가 지어 진주시에 기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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