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가 끝나는 12시 10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뛰쳐나간다. 잠시뒤 남고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들에게 점심은 뒷전, 학생들은 일제히 자리를 잡고 축구를 하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운동장엔 많게는 10개 이상의 공이 운동장에 굴러 다닌다. 각 골대에는 항상 세 명 이상의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있다.

유니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축구공이 확연히 다른 것도 아니다. 혼잡한 운동장 사이로 공이 왔다 갔다 하며, 서로 헷갈리지도 않는지 각자 저마다의 공을 잘도 찾아간다. 사람도 공도 헷갈릴만 한데 신기할 노릇이다.

점심시간 운동장에는 다양한 그룹이 형성된다. 각자 그룹을 만들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축구를 하기 시작한다. 한명은 골키퍼를 맡고 골대를 하나만 사용하여 오직 그 골대에만 골을 넣는 축구를 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그 복잡한 운동장을 모두 이용하여 경기를 하는 그룹들도 있다. 그리고 점심시간 전에 미리 반끼리 이야기를 해두고 경기를 계획해 놓는 그룹도 있다.

불타는 승부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공을 쫓아다니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그저 공 가는대로 자신한테 오면 차고 아니면 말고, 설렁설렁 축구를 즐기는 그룹도 있다.

한편, 축구에는 미련이 없는 학생들은 최대한 운동장 그룹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구석에서 원을 만들어 소위 ‘원바운드’, 줄여서 ‘원바’를 시작한다. 또한 운동장 바깥쪽 농구 코트에는 열심히 농구를 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족구 코트에서 족구를 하는 그룹도 있다.

흔한 남고의 점심시간은 이렇게 뛰어다니는 학생들로 운동장이 매우 혼잡하다. 엉망진창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질서가 있다. 아마도 여고에선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푸는 남고생들이 조금은 안쓰럽다.

[필통 학생기자 / 박규태(대아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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