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차별, 그 여파는 고등학교로...

최근 뉴스나 포털 사이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뉴스가 바로 문과의 취업 실태이다. 문과 출신, 즉 인문대학이나 사회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공과대학 졸업생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대학들이 취업률 낮은 학과, 돈이 되지 않는 학과라며 인문대학을 통폐합하려는 추세를 보여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문송합니다', '인구론' 등의 신조어가 퍼지기도 하였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이고 '인구론'은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는 의미다.

▲ SBS뉴스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그 문제가 대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교는 대학의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공간이다. 따라서 대학교처럼, 고등학교 내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문과가 이과보다 불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문.이과를 선택할 시점이 되면 소위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을 이과나 과학중점반으로 유치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문과에 꼭 가야할 이유가 없고, 꿈이 명확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일단 이과를 가야한다는 식의 논리다.

학생들의 개성, 관심사보다는 사회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교육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식 또한 다르지 않다. 문과는 취업이 안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어느덧 학생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과 차별 현상이 학교내에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진주 시내의 모 고등학교에서는 이과 선생님께서 공개적으로 학생들에게 '너네가 문과애들이냐, 공부 이렇게 해서 어떻게 살거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학교라는 공간과 교육자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얘기를 들은 많은 문과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또한 학교 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문과와 이과를 분리, 차별하려는 시도가 있고 문과학생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어 많은 문과학생들이 학교 생활하기 서럽다는 농담을 털어 놓는 것이 현실이다.

근대 대학의 기초를 세운 철학자 칸트는 대학에는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는 실용 학문과 사회를 비판하는 기능을 갖춘 학문이 있어야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후자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본성, 인간의 가치에 대하여 사고하고 비판하는 것을 주된 과제로 본다. 그런데 이러한 인문학이 경제학적 가치로만 판단되고, 심지어는 다양한 꿈을 가져야할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거부당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필통 학생기자/ 김은지(진주제일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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