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목적을 상실한 수행평가, 이대로는 안된다

학생들은 대부분 한번쯤은 산더미같이 쌓인 수행평가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학생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수행평가란 학생의 학습과정을 평가기준에 넣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다. 기존의 시험이 획일적이고 산술적인 평가라는 지적과 컨디션이나 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험점수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성적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다.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습 태도까지 평가해 공정성을 높여준다는 수행평가. 그런데 정작 이런 제도를 두고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한 학생이 수행평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우선 학생들은 수행평가의 항목 수에 큰 부담을 느낀다. 지필평가와 비슷한 형식으로 치러지는 서술형평가는 거의 모든 과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과목의 특성에 따라 독후감, 보고서 등이 2~3항목 정도 추가되기도 한다. 담당하는 선생님이 많은 과목일 경우는 선생님별로 각각 수행평가를 실시하기도 해서 부담이 더 커지는 실정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수행평가가 원래의 목적을 상실한 것 같다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단어 뜻 그대로 수행하는 과정을 평가해야 할 수행평가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술형평가 같은 경우, 교과서 내용을 외워서 손글씨로 적어야 하기 때문에 지필평가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애써 긍정적으로 보자면 공부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냐를 평가하기 위함이지만, 달달 외워서 치는 시험이라 지필평가와 다를 것이 없고, 오히려 시험기간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도 팀원이 다 같은 점수를 받는 조별과제 수행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고 불성실한 팀원 때문에 피해를 보기까지 한다며 힘들어 하기도 한다. 더구나 수행평가가 시험기간과 겹치면서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으로 증폭된다.

학생들의 성실성과 수행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화하기 힘든 양의 교육을 받아 내야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수행평가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힘들다는게 학생들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무턱대고 평가제도만 수정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교육과정에서부터 학생들의 창의력, 학습과정에 중점을 둘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필통 학생기자/ 하은서(진주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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