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위 ‘2500만원 배상’ 결정에 불복, ‘민사소송’ 해봐야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진주시 금산면에 거주하는 O씨는 지난 8월 급성 뇌경색 진단을 받아 신체 오른쪽이 마비되는 등의 증세를 겪고 있다. 그는 2018년 8월 식사자리에서 반주를 하다 쓰러졌다. 자녀 동행 하에 한일병원을 방문했지만, 한일병원은 급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컵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지속돼 퇴원 4시간 뒤 경상대 병원을 방문하자, 진단명이 바뀌었다. 급성 뇌경색이었다.

O씨는 이후 신체 오른쪽 마비 증상을 겪고 있다. 식사자리는 물론 일상에서도 O씨의 아내가 그의 수발을 든다. 부부는 하던 일을 그만뒀다. O씨의 아들이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도맡고 있다. 0씨는 한일병원의 진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올해 3월 소비자분쟁조정위의 분쟁조정을 받았다. 조정위는 한일병원이 O씨에게 2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병원 측은 처음부터 조정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손해배상금을 지급치 않고 있다.

 

▲ [사진=pixabay]

O씨는 2018년 8월 12일 20시 9분쯤 식당에서 술을 마시며 저녁 식사를 하다 쓰러졌다. 자녀 동행 하에 119 구급차를 타고 20시 33분쯤 한일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복통을 호소했고, 이송 중 수차례 구토를 했다. 한일병원은 O씨가 도착한 뒤 신체검진,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를 진행하고, 급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쯤 지나 O씨는 집에 가길 바랐고, 아들 등에 업힌 채 집으로 돌아갔다.

O씨의 아들에 따르면 집으로 돌아온 뒤 0씨는 컵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졸려하는 증상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이에 집으로 돌아온 지 4시간쯤 지나 경상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영상검사 결과 좌측 중뇌, 우측 뇌교, 우측 소뇌에 급성 뇌경색이 일어났다는 진단을 받았다. O씨는 같은 해 10월 26일까지 치료 및 재활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보행장애 및 우측 편마비 증세 등의 후유증이 남아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

O씨 가족들은 한일병원의 초기진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뇌경색의 경우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한일병원 측이 뇌경색이 아닌 급성 위염이라고 진단해 대응이 늦었다는 것. 이에 가족들은 그간 한일병원을 상대로 한국의료분쟁조정 중재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를 신청했다. 한일병원이 조정에 나서지 않아 1건은 각하됐지만, 나머지 1건에서는 25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통보받았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올해 3월 2일 한일병원이 O씨에게 2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조정위는 “O씨와 한일병원 측의 진술이 서로 달라 (한일병원 도착 당시 O씨의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O씨에게 당시 의식 저하 및 구토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중략) ... 퇴원 후 4시간 만에 경상대 병원에 내원한 것으로 확인돼 응급실 내원 전 뇌경색이 발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 의료진이 O씨가 응급실에 내원하게 된 경위, 당시 증상, 음주량 및 이상 여부를 상세히 진찰했더라면 신경학적 의심 소견 하에 추가적인 영상 검사를 시행해 뇌경색을 진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위장관계 내지 심혈관계 질환으로 단정한 것" 은 잘못이라며 “이 같은 과실로 O씨의 뇌경색 진단이 지연된 것으로 보이므로, 의료진에게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조정위는 당시 한일병원에 올해 7월 6일까지 O씨 가족에게 2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손해배상금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O씨의 아들은 “부모님 모두 일을 못하고 계시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있다. 사실상 제가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사를 진행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따른다”며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하려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일병원 측은 소비자분쟁조정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고, 민사재판을 진행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애초 우리는 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소비자분쟁위는 조정에 참여하지 않아도 조정을 진행하더라. 답변서는 보냈지만, 우리는 조정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처음부터 민사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민사를 진행한다면 그 결과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부터 (O씨 측에서 요구한) 금액이 과도하다고 생각해 이건 민사로 가야하는 건이라고 판단했다”며 “당시 O씨가 우리 병원을 나간 뒤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없고, (병원을 내원했을 때) 환자 상태에 준하는 검사를 했고, 당시 환자가 집에 가겠다며 퇴원했다. 우리 나름대로는 적정한 진료를 했던 것이라 보나,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일병원 측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도 같은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조정위 결정서에 따르면 한일병원은 조정 당시 “(환자를 이송한) 119 구급활동 일지를 보면 환자의 의식상태가 명료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고, 동공의 대광반사도 정상으로 표시돼 있다”며 “당시 O씨에게 뇌혈관 질환을 의심할 만한 의식 저하, 발음장애 등이 없었다..(중략).. 본원 응급실에서 퇴실 이후 뇌경색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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