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샘의 지리산 초록걸음] 먹점재 넘어 문암송 만나러 가는 길

고갯마루에서 섬진강과 악양 들판을 바라보다.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l승인2020.06.29l수정2020.06.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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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발생된 코로나19로 둘레길 시작점에 각자 모여 시작됐던 지난 초록걸음과는 달리, 이번 6월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형버스를 이용해 출발지인 하동 신촌마을로 향했다. 물론 버스 타기 전 한 사람 한 사람, 체온 체크와 마스크 착용을 확인하였다. 이번 초록걸음엔 지역 케이블 방송사에서 취재를 하겠다고 해서 6mm 카메라를 든 PD도 동행하게 되었다.

걸음을 시작한 신촌마을은 하동 적량면의 첫 마을이자 마지막 마을이라 할 만큼 골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을로 북쪽으로는 구재봉을 경계로 악양면에, 서쪽으로는 하동읍에 접해 있다. 그리고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우계저수지는 적량면 농업용수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신촌마을에서 길동무들과 인사하며 안부를 나누고 신촌재로 향했다. 이번 구간에서는 신촌재와 먹점재 두 고개를 넘어야 해 길동무들이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이긴 했지만...

 

신촌재를 넘어 먹점마을까지는 임도라 걷는 도중에 간간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지리산 둘레길 중 30%가량만이 오솔길이고 나머지는 포장된 길이란 불편한 사실이 입증된 셈이었다. 그래도 6월의 햇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과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에 그나마 위안을 얻으며 걸을 수 있었다. 게다가 길동무 중 막내였던 10살 시현이의 쉼 없는 재잘거림은 우리들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먹점마을, 문방사우 중 먹이 없어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라는데, 하동읍에서 서북쪽으로 약 10Km 거리의 구자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로, 해발 300m 가량의 고지대 양지바른 분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굽이굽이 좁은 포장도로를 따라 깊은 골짜기에 들어앉은 먹점마을은 봄이면 하얀 매화꽃들로 별천지 세상이 된다. 먹점마을의 매화나무들은 광양처럼 대규모 농장의 위엄을 자랑하거나 관광객을 위해 잘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시골 사람들의 질박한 삶의 향취가 베여 난다. 몇 해 전부터 먹점골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고 한다. 먹점마을과 악양마을을 잇는 먹점재 넘는 길은 섬진강과 악양 들판의 부부송까지 조망할 수 있어 발걸음의 팍팍함을 상쇄시킬 수 있었고 섬진강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도 안성맞춤인 길이었다.

 

▲ 6월 지리산 초록걸음(사진=최세현)

먹점재를 넘어 대축마을 근처에 다다르면 바위를 뚫고 우뚝 솟은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는데, 바로 문암송이다. 이 문암송은 천연기념물 제491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의 높이는 12m에 이르고 수령은 600년 정도로 추정된다고 전해진다. 대축마을 뒷산인 아미산의 천연기암인 속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어 문암송은 바위와 함께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다. 예전에는 이 나무 아래에서, 마을 사람들이 화창한 봄날에 사악한 귀신을 쫓아내는 제사를 지내고 하루 내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놀았다고 전해진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문암송 같은 나무 어르신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오래된 나무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이 아주 깊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을마다 당산나무 한두 그루 없는 동네가 없다. 우리에게 나무 어르신이 소중한 이유는 수백 년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 지키면서 마을과 들판을 굽어 살펴온 역사의 증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긴 세월 동안 마을 속에서 지역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준 그 존재만으로도 나무 어르신들의 역할은 적다할 수 없다. 우리 후손들에게도 변함없이 안식처자 쉼터가 되어 주리라는 생각으로 길동무들과 문암송에게 김선태 시인의 ‘나무의 사랑법’이란 시 한 편 들려드리면서 6월의 초록걸음을 마무리했다.

 

▲ 6월 지리산 초록걸음(사진=최세현)

나무의 사랑법 / 김선태

나무를 보면 날지 못한 것들이 생각난다

날고는 싶은데 날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한다

햇빛 쏟아지는 하늘로 날아가고 싶어서

사방팔방으로 열망의 가지를 뻗고

그 가지마다 무수한 날개를 달며 파닥이지만

어쩔 수 없이 뿌리는 땅속을 향하는 것들

어쩔 수 없이 뿌리는 땅속에 묻어야 하는 것들

그래서 하늘과 땅 사이엔 나무가 있다

까마득한 그리움의 거리가 있다

직립한 채 하늘 향해 두 손 모으는

간절할수록 이파리가 무성한 기도가 있다

그리하여 찬바람 부는 늦가을이면

제 메마른 이파리들을 아낌없이 털어

하늘로 날려 보내는 나무의 사랑법이여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이여

 

▲ 6월 지리산 초록걸음(사진=최세현)

 


최세현 지리산초록걸음 대표  dand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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