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전. 중학교 2학년, 한문 시간이었다.

늘 졸리고 재미없던 한문시간.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은 재미난 것이 없을까 하고 궁리를 하다 책상에 있는 작은 나사 구멍을 발견하게 된다. 순간 장난끼가 발동해 필통을 열고는 칼을 집어들고, 그 나사 구멍을 열심히 파내기 시작한다.

‘벅벅 벅벅- 끽끽 끽끽-’ 그렇게 조그만 소음을 내며 열심히 나사 구멍을 넓혀가고 있었다.

▲ <그림/ 하인경(진주중앙고3)>

조그만 나사구멍이었던 그 구멍은 금세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넓은 구멍이 되었고, 학생은 호기심에 자신이 판 구멍에 손을 집어 넣어 보았다. 하지만 손가락은 생각보다 잘 들어가지 않았고, 관절 부분에서 걸리고 말았다. 학생은 손가락을 꼭 통과시키고 말겠다는 이유 모를 도전정신에, 다시 구멍을 아주 정교하게 거듭해서 팠다. 드디어 낑낑거리며 손가락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손가락이 구멍을 완전히 통과하자, 학생은 행복한 쾌감에 빠져들었다. 드디어 내가 해냈어! 그러나 그 환희도 잠시. 아뿔싸, 그리고는 다시 손가락을 빼려고 하는 순간, ‘...어?’ 학생은 당황했다. 손가락이 구멍에 끼여 옴싹달싹 빠지지 않는 것이다! 학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힘주어 빼려고 해보기도 하고 돌려서 빼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손가락에선 점점 피부가 벗겨지며 피가 났고, 손가락은 아무리 노력해도 빠지지 않았다. 급 울상이 된 그 학생은 할 수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선생님.”

“왜.”

“질문이 있는데요.”

“나와봐.”

“못 나가는데요.”

기분이 언짢아진 선생님은 학생을 혼내려 학생에게 다가 갔다. 하지만 이윽고 펼쳐진 광경에 기가 막혔다. 학생이 자신이 뚫은 책상 구멍에 손가락을 끼운 채 연신 피를 흘리며 애절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날 수 있을 정도로 사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손가락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고, 꽤 많이 다친 상태여서 억지로 꺼내려 할 수도 그대로 두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학생은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승용차도 없고 버스를 타기도 쉽지 않은 시절. 학생은 병원까지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학생은 고민에 사로 잡혔다. ‘근데 병원에 가려면.. 우선 손가락을 빼야 하는데..?’ 하지만 아무리 계속 애를 써도 손가락은 빠지지 않았다.

결국 학생은 결심했다. 책상을 그대로 들고 병원까지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학생은 한쪽 손의 손가락은 책상에 낀 채 피를 철철 흘리며, 다른 한 손으론 책상을 번쩍 들고는 병원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대낮에 한 학생이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풍경에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이 글은 경해여자고등학교 중국어 교사 강진석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그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필통 학생기자 / 박주희(경해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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