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단디뉴스 편집장을 맡았다가 지난 5월 내려놓고, 편집이사라는 다소 어정쩡한 소임을 맡게 됐다. 아무리 소규모 지역 언론이라 하더라도, 하루 9시간 이상 공장에 매여 기계와 씨름해야 하는 사람이 편집장을 해왔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내세울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현실이고 그것이 단디뉴스의 본 모습인 것을. 처음 직책을 맡을 때부터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라도 버틴다’는 생각이었고, 책임 있는 기자에게 편집인을 물려주겠다고 생각했으니, 순리대로 일이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서성룡 편집이사

주변에 단디뉴스를 알리고, 후원을 부탁하다보면 ‘단디뉴스를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거의 매번 일정하다. “다른 목적은 없다. 그냥 제대로 된 언론을 하고 싶을 뿐이다. 언론이 목적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단디뉴스는 시민들의 정기 후원금으로 재정의 상당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재력가나 유력한 정치인의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신문사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 광고나 시민 사회단체 공익성 광고, 지자체 광고를 실어 그 수익금이 재정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단디뉴스 제호 앞에 달고 있는 ‘독립언론’이라는 문구는 완료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광고수입이 전체 재정의 30%를 넘지 않아야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취재 기자들이 회사 경영 문제에 압박을 받아 광고영업에 나선다면 그 언론사는 문을 닫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심하게는 ‘언론’이 아니라 기사를 무기로 돈을 뜯어내는 ‘글깡패 집단’, 다시 말해 ‘사이비’가 된다.

‘사이비 언론’이 되지 않으려면 신문사 소유구조와 운영형태의 건전성, 편집자나 기자들의 사명감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자들의 월급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이다.

나는 민주주의는 ‘지성’보다는 ‘두려움’으로 유지된다고 믿는다. 국민 대중이 권력자를 두려워하면 ‘독재’가 되고, 권력자가 국민을 두려워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가능하게 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독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쓰고, 그들의 평가를 두려워할 때 건강한 언론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광고주나 예산 집행자의 입김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구미에 맞는 기사를 쓰게 되면 그게 곧 사이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한 나라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수준을 넘을 수 없고, 한 지역의 언론은 독자의 수준을 넘을 수 없는 것 또한 진실이다. 말은 이렇게 쉽지만 현실 속에선 모두가 아는 상식대로 언론사가 운영되는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다.

진주지역에는 대략 10여 개의 크고 작은 언론사가 있지만, 구독료나 시민 후원금을 중요 재원으로 삼는 언론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모든 재정이 기업광고나 자치단체가 예산으로 나눠주다시피 집행하는 행정광고에서 나온다. 그러니 일반 독자들은 어떤 언론사가 어떤 기사들을 쏟아내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진주에 소재하는 고만고만한 규모의 언론사들 대부분이 취재 영역은 경남도 전체를 아우른다는 것이다. 왜 그러겠는가? 한 지자체에서만 나오는 행정광고 수익만으로는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독자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이러한 환경이 ‘가짜뉴스’를 만든다. 포털서비스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공짜로 뉴스를 볼 수 있지만, 그렇게 소비한 공짜뉴스들은 ‘진실 전달’이라는 목적 외에 다른 의도를 가진 ‘가짜뉴스’인 경우가 많다.

그 ‘다른 의도’라는 것은 작게는 언론사의 경제적 이득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것일 수도 있고, 크게는 정치적 편향과 진영의 논리일 수도 있다. 언론이 ‘경향성’ 또는 ‘당파성’을 갖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고 권장돼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당파를 넘어 ‘진영 논리’를 따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무엇이 당파고, 무엇이 진영이냐고 따진다면 기준이 모호한 게 사실이다. 다만, 당파성은 가치 기준이고, 진영은 이익기준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진영’을 따르는 것이 의리이고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요즘 상황에서 단디뉴스 기자들과 기사 방향을 놓고 종종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때론 다른 모든 가치를 넘어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진실에 더 근접할 때가 있다.

‘단디뉴스를 왜 하는가?’라는 물음 뒤에 항상 따라오는 말이 있다. ‘돈도 안 되는데’. 앞서 밝혔듯이 단디뉴스를 하는 이유는 ‘돈벌이’가 아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목적은 단 하나다. 내가 사는 지역에 제대로 된 언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아직 많이 부족하고, 때론 실수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언론다운 언론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성찰할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이여, 단디뉴스에 힘을 실어주시고, 기사를 읽고 평가하여 그 힘을 행사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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