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단순 가입자 처벌 어려워, “강력한 법 제정 필요”

▲ n번방 운영자, 통칭 '박사'라 불리는 조주빈 씨(사진=서울지방경찰청)

[단디뉴스=김순종 기자] “n번방 사건은 여성의 인격에 대한 추악한 범죄행위가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텔레그램을 활용한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에 지역사회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시민들은 SNS 해시태그로 n번방을 운영한 ‘박사’를 공개소환하고, ‘n번방' 가입자 26만명 전원을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일부 여성단체는 카드논평을 냈고, 한 국회의원 후보는 1인시위에 나섰다. 전방위적 디지털범죄에 분노하며,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n번방 사건’은 조주빈 씨(24)가 아르바이트 등을 권유하며 피해자들을 유인해 나체 사진을 받아내고, 이를 미끼로 성착취물을 찍어 텔레그램 ‘n번방’에 유포한 사건이다. ‘n번방’에 돈을 내고 입장한 사람은 26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피해자는 70여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피해자 가운데는 16명의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6일 경찰이 ‘박사’로 통칭되는 조 씨를 체포하면서 더욱 불거진 상황이다.

 

▲ 진주여성회 카드논평(사진=전옥희 사무국장 페이스북 갈무리)

진주여성회는 23일 카드뉴스 논평을 내 “텔레그램 n번방에 가입한 모두가 가해자이며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텔레그램 성착취 공모자와 공범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리고 ▲정부는 텔레그램 성착취와 같은 여성폭력 재발방지 대책과 고통받는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마련하며 ▲국회는 사이버 성폭력 처벌과 방지를 위한 법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정진남 진주여성민우회 대표는 24일 “경남 여성단체들과 함께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n번방 사건은 여성에 대한 추악한 범죄행위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이같은 사건은 살인미수에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민중당 진주갑 예비후보도 23일 n번방 사건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사이버 성폭력의 개념을 규정한 법제정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3일 창원지청 진주지검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김준형 민중당 진주갑 국회의원 예비후보

문제는 ‘n번방’ 가해자들을 처벌할 방안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핵심 피의자인 ‘박사’ 조 씨는 청소년성보호법 11조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순 시청자 처벌은 어렵다. 성착취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 영상 유포행위만 처벌(5년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고, 피해자가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유포(7년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하거나 소지(1년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하지 않으면 처벌을 내릴 방안이 마땅치 않다.

전옥희 진주여성회 사무국장은 “현행법상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기 때문에 별도의 법을 마련하거나 기존 법에 사이버 성범죄 처벌조항을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n번방 사건을 “사회적 변화에 따른 또 다른 형태의 성범죄”라 규정하고 “우리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피의자는 물론이고 가입자들에게도 적정한 수준의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돈을 주고 n번방에 가입한 행위는 또 다른 성매매라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n번방’ 운영자인 박사 조주빈 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청은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 인권 및 피의자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를 충분히 검토했으나, 피의자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 반복적이라 국민 알권리, 재범방지 등의 차원에서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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