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종의 <나의 진주성>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가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이긴 하지만 해마다 장마가 시작되는 철에 만날 수 있는 반가운 것들이 몇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색깔만으로도 알 수 있는 능소화.
진주성 공북문으로 들어가서 오른쪽 성벽쪽으로 오르는 길에 능소화로 터널이 만들어졌다.
어제 내린 비로 꽃잎이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긴 하지만 지금이 딱 절정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또 1년을 기다려야하는 꽃이다.
색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너무 화려한 색깔의 꽃들은 우리나라에 많이 없다) 능소화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그리고 한 때 능소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라 한다. 그러니 능소화를 걱정없이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능소화를 잘 표현한 시가 하나 있어 인용해 본다.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 이원규. 〈능소화〉,《옛 애인의 집》(솔출판사, 2003)
시간이 되는 사람이면 이른 아침 조금 일찍 출근해서 능소화의 주황색 비상등 한 번 감상하고 가시라!
유근종 기자
zemphir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