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디뉴스의 "술딴지"는 한 달에 한 번 쓰고 있다. 약속을 따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원고마감은 보통 매달 10일쯤으로 주말에 담당자에게 넘긴다. 격렬하게 돈을 벌지 않는 삶을 표방하며 조그만 술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영세자영업자에게 월말은 늘 두렵고 살 떨리는 시기이다. 월세, 공과금, 거래처 물품대금. 매달 갚아 나가는 채무까지 해결해야 하는 일은 늘 어렵고 머리 아프다.

몇자 되지도 않는 글을 한 달에 한 번 쓰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 할수도 있겠지만 글의 주제가 화수분처럼 늘 샘솟는 직업 글쟁이도 아니고 여유롭게 미리 갈무리 해놓은 칼럼 주제들은 며칠 지나 다시 꺼내보면 사춘기 일기장을 다시 읽는 듯한 낯 간지러움과 오글거림이 동반된다.

▲ 백승대 450 대표

오래 묵히고 여러 번 다듬어서 좋은 글을 써내는 타입도 아니고 순간의 시빗거리를 후다닥 풀어내는 타입인 지라 월말이 지나기 전에는 칼럼 생각은 하지도 않고 지내다 월초가 되어서야 일주일쯤 된 똥 싸듯 끙끙거리다 졸필잡문 몇 줄을 내놓는 꼴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무던히 지나가고 칼럼주제를 고민하던 즈음 삼십 년 불알친구가 간이식 거부반응으로 갑자기 죽었다. 정신없이 3일장을 치렀고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아직까지 머리 속이 텅 비고 새하얘서 아무것도 생각하지도 쓰지도 못하겠다.

유난히 술을 좋아해 결국 간이 바스러져 남의 간을 제 몸 속에 넣었다 3일을 버티지 못하고 황망히 먼저 죽었다. 그의 장례식장과 화장장에서 사람들은 그의 사진과 혼백에 앞 다투어 술을 따르고 절을 하고 오열하고 있었다. 투병시절 술 마신다고 그렇게나 그를 나무라고 원망하던 자들이 술 때문에 죽은 자에게 잘 가라며 술을 따르는 모습은 웬지 이율배반적이고 이질적이어서 실소가 났다.

사람들은 술이 그를 집어 삼켰다고, 술이 그를 죽였다고 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치킨 먹고 살이 찌면 사람을 탓하지 닭을 미워하지 않는다. 밥 먹고 살찌면 그건 쌀이 잘못한 건가? 술은 죄가 없다.

멍한 정신으로 여전히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술로 버텨 내고 있기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겠다. 이번에는 노래 한 곡으로 대신함을 널리 용서하고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소주도 맥주도 양주도 남김없이

한 평생 마시자던 뜨거운 맹세

동무는 간데 없고 빈병만 뒹굴어

새벽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안주가 부실해도 술꾼은 안다

자다 깨어 외치는 뜨거운 건배

앞서서 마시니 빈잔을 채우라

앞서서 따르니 동무여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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