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유라시아 횡단한 조경국씨 “행복한 삶이 충실한 삶”

“마흔 이후 1년에 3가지 버킷리스트 정해 실천하고 있다” 김순종 기자l승인2019.09.19l수정2019.09.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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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일 간의 여행, 여행 거리 3만8천km. 진주시민 조경국 씨(46)가 올해 5월10일부터 8월29일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오토바이로 왕복 횡단했다. 국내에서 한해 유라시아 대륙을 왕복 횡단하는 사람 수는 10여명, 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그는 진주에서 출발해 동해를 거쳐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후 17여개국을 횡단, 유럽 서쪽 땅끝마을로 불리는 호카곶까지 내달렸다. 호카곶에서 다시 여러 나라를 거쳐 지난 8월29일 진주에 도착했다.

그는 짧은 여행기간 때문에 특정 도시에 며칠 이상 머무르지는 않았다.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풍경을 보는 것에 집중한 여행을 다녀온 것. 그는 특히 러시아 우랄산맥을 넘으며 200km이상 이어진 산림지대와 이탈리아 산악지대 돌로미티를 지나며 본 자연의 아름다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돌로미티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조경국 씨는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40살이 되면서부터 매해 3가지 정도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를 정하는데 올해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40살 전후에 가까운 지인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삶이 한치 앞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하고 싶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주에서 소소책방(헌책방)을 운영하는 그는 7개월가량 중국을 거쳐 싱가포르까지 여행하며 이 지역의 책방을 돌아보기도 했다. 2015년에는 오토바이로 일본 일대를 여행했다. 당시 여행 기록을 담아 나온 책이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이다. 외로움과 우울함을 떨치는데 오토바이만큼 좋은 수단이 없다는 그는 오토바이 애호가이면서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유럽의 서쪽 끝 호카곶(사진 = 조경국)

- 오토바이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왕복 횡단했다. 오랜기간, 긴 거리를 여행한 것 같다.

“여행기간은 113일이었다. 5월10일 진주를 출발해 8월29일 돌아왔다. 진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 동해시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갔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17여개국을 거쳐 유럽의 서쪽 땅끝마을로 불리는 포르투칼 호카곶에 도착한 뒤 돌아왔다. 라트비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 등 여러 나라를 거쳤고,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여행한 거리는 대략 3만8천 킬로미터 정도 된다. 보통 포르투칼 호카곶에 도착해 유럽을 여행하다 비행기로 국내에 돌아오곤 하는데, 나는 어떻게든 오토바이로 돌아오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도시 여행은 짧은 편이었다.”

- 긴 여행 기간 동안 인상깊은 지역이 있었다면?

“주마간산 격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했다. 파리나 마드리드, 모스크바 등 큰 도시에 며칠간 머물기는 했지만, 도시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았고, 크게 인상 깊은 것도 없었다. 몇몇 오래된 도시는 그만의 매력이 있지만, 홀로 오토바이를 타고 풍경을 감상하던 시간이 더욱 값졌다. 특히 이탈리아 산악지대 돌로미티는 아주 아름다웠다. 돌로미티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꼭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러시아 우랄산맥을 넘으면서 산림지대 200~300km를 달렸는데 이 또한 인상 깊었다. 울창한 숲속을 달리는 느낌이 좋았다.”

- 여행은 언제부터 준비한 건가?

“40살이 될 때(현재는 46세) 40대가 되면 1년간은 여행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중국 칭다오에서 포르투갈까지 육로 여행을 계획했다. 3년간 적금을 넣어 자금을 마련한 뒤 떠났는데, 계획과 달리 싱가포르까지만 갔다가 돌아왔다. 당시 여러 책방을 방문했다. 책방 여행이었던 셈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진주에서 헌책방을 시작했다. 2015년에도 일본 책방 여행을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1달 가량. 당시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가 여행경비가 모자라지 않냐며 도움을 주셔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돈으로 좋은 오토바이를 중고로 살 수 있었다. 당시 여행이 끝난 뒤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번 유라시아 횡단 여행 때 사용한 오토바이도 일본여행 때 산 것이다. 이번 여행은 4개월가량 걸렸다. 40살이 될 때 계획했던 1년간의 여행은 이번 여행으로 모두 이루어졌다.”

 

▲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길에 지나야 하는 펠버 타우에른 터널(사진 = 조경국)
▲ 리투아니아 평원(사진 = 조경국)

- 홀로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일, 조금 두렵기도 했을 것 같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다보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곧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여행의 매순간을 최대한 즐기려 노력했다. 유럽과 러시아 모두 이번에 처음 가봤다. 모두가 처음 보는 풍경이다 보니 마냥 신기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던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니 좋았다. 특히 끝없는 지평선을 달리는 게 신났다. 유년시절을 하동군 북천면에서 보냈는데, 거긴 골짜기였다. 한국에서 끝없는 지평선을 볼 기회도 없다. 어떻게 보면 갇힌 공간에서 살아온 셈인데, 그와 달리 가도가도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참 좋았다”

-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굳이 오토바이를 여행 수단으로 사용한 걸 보니.

“여성분들은 좀 싫어할지 모르겠지만(웃음), 남자의 우울함? 그런 것을 떨쳐주는 게 오토바이인 것 같다. 크게 소리나는 오토바이는 싫어하지만, 그 외는 좋다. 몸을 내놓고 혼자 타는 게 매력적이다. 40대 중년쯤 되면 우울하다는 남성 분들이 많은데, 저렴한 비용으로 우울함을 떨칠 수 있는 오토바이 타기를 추천한다(웃음).”

-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여행, 위험할 것도 같다. 위험했던 일은 없었나?

“딱히 위험한 건 없었다. 중국 여행을 갈 때도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행여 위험한 일이 생겨도 천사같은 분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곤 했다(웃음).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에서 사고가 났을 때 트럭을 모는 분들이 도움을 줬다. 길에서 미끄러지며 오토바이에 실은 박스들이 깨져 짐들이 산산이 흩어졌는데, 일일이 주워줬다. 힘든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며 명함까지 주고 가더라. 유럽에 도착해 오토바이 수리할 때도 도움을 받았다. 유근종 사진작가가 아는 사람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데, 그 분 친구가 오토바이 수리점을 한다. 싼 값에 오토바이 수리를 할 수 있었다.”

 

▲ 러시아 국경을 넘다 사고를 겪고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해서야 부품을 구해 수리 중인 오토바이(사진 = 조경국)

- 그 외에도 힘든 일은 없었나?

“크게 힘든 일은 없었다. 요즘에는 어디서나 인터넷이 잘 되니 구글맵 등을 활용해 편리하게 길을 찾았다. 오토바이 정비나 이런 것들도 유튜브에 정보가 올라 있어 따라하면 된다. 여행이 모험의 시대이던 때는 이미 지난 것 같다. 모든 게 상세히 기록돼 있다. 체력과 자금만 있으면 누구든 유라시아 횡단은 가능하다. 유라시아 횡단을 시작할 때 나처럼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사람이 6명, 캠핑카로 여행하는 팀이 2팀 있었는데, 오토바이 고장이나 소지품 도난 등으로 중도에 그만 둔 걸로 안다. 여행을 하려면 넉넉한 체력, 불의의 사고 방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 2015년 일본 여행 뒤에는 책을 냈다. 이번에도 책을 내나?

“여행하며 매일을 기록해두긴 했지만, 출판은 힘들 것 같다. 오토바이 여행기가 크게 매력적인 책은 아니니까. 국내 오토바이 여행기 책을 대부분 갖고 있는데, 체게바라의 모토사이클다이어리를 제외하고는 2쇄 이상 찍은 책이 아마 없을 거다. 오토바이 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오토바이 좋아하는 분들이 관련 책을 많이 사지도 않으니까.”

 

▲ 타이어와 소모품을 교환했던 포르투갈 리스본 모토밀 미캐닉과 함께(사진 = 조경국)

- 조경국 씨는 자유로운 분이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사람들은 일상적 일로 모두 바쁜데, 어떻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다들 각자 상황이 다르다. 직장생활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자식을 키우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나는 20대, 30대에 하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크다. 다른 걸 포기하더라도, 일년에 하고 싶은 일 3가지는 무조건 하자는 주의다. 40살부터 매년 버킷리스트를 3가지씩 정해 대부분 실천해왔다. 사실 그 첫 번째는 콧수염 기르기였다(웃음). 당장 여행이 눈에 보이니 크게 생각하는데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끝으로 이제 납작 엎드려 생활에 좀 더 충실해야 한다.”

- 40살을 기점으로 버킷리스트를 매년 정하고 실천해온 이유가 있나?

“그쯤 주위에 가까웠던 분들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그 일을 겪으며 당장 내일 일을 모르는데 그냥 마냥 이렇게 살면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정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모든 걸 다할 수 없으니 3가지씩 매년 정해온 거다. 그 전에는 모범적인 직원, 좋은 아들, 아빠로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제는 아니다. 내 스스로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행복한 삶이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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