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언론 후원하고, 좋은 기사 유통하며 지지해야"

“우리가 좋은 언론을 갖기 위해서는 좋은 기사를 자주 소비하고, 그 기사를 쓰는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밀어줘야 합니다. 그런 언론을 후원하고, 그게 안 되면 기사를 자주 봐주고 유통하는 것이 좋은 언론을 키우는 방법입니다”

20일 진주참여연대와 경남과기대 대학사회책임센터가 주최한 2019 진주 주민참여예산학교에서 ‘미디어 바로보기 - 언론 모니터 방법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시민들이 언론을 어떻게 모니터링 해야 하는지, 또 좋은 언론을 갖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본에 잠식당한 언론을 비판하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김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언론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취재하고,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겨레조차 삼성 광고가 없으면 회사 운영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김중배 선언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언론사는 자본에 지배돼 있다”고 말했다.

김중배 선언은 1991년 9월 6일 동아일보 편집국장에서 경질된 김중배 전 편집국장이 자신의 환송회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은 자본”이라며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언론에 대한 자본의 압력은 원천적이고 영구적일 것”이라고 밝혔던 일이다.

김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잘 모르지만, 관공서나 기업의 돈을 받고 언론사가 기사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그 기사가 돈을 받고 쓰인 기사라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일·가정 양립 정책을 정부가 홍보하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는 하는데, 이것조차 사실 방송사가 몇천만원 씩 돈을 받고 그 대사를 넣은 것”이라며 “이러한 일들이 허다하고”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진 홍보대행사 사장 박수환 문자와 삼성 장충기 문자가 우리 언론의 현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두 보도는 모두 언론과 기업의 내밀한 연관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던 것으로, 자본 앞에 꼬리 흔드는 언론의 참상을 폭로했다.

그는 지역언론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지역 언론은 자치단체 홍보비나 토호의 광고에 의존하면서 홍보성 기사를 쓰는 일이 많다”며 “그러다보니 자치단체를 견제하거나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미디어 바로보기 - 언론 모니터 방법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치고 있는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 사무처장은 언론을 모니터링 할 때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민주적이고 인권친화적인 보도인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언론의 공정성을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공정성은 기계적 균형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 쪽 잘못이 70%이고, 다른 쪽 잘못이 30%일 때 양쪽을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하는 건 사실 왜곡이지 공정한 보도가 아니”라며 “합리적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부당한 주장은 부당하다고 보도하는 것이 공정한 보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우리 언론은 기계적 균형 속에서 보도를 하곤 하는데, 이건 시민을 보고 기자를 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기자를 하는 것이다”며 ▲양비론식 보도 ▲중요사안 무보도 ▲프레임 왜곡과 의도적 축소·기피보도도 불공정 보도의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공평의 원칙’을 1985년 폐지한 것이 공정보도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미연방통신위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찬성과 반대 의견을 공평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을 1949년 채택했다가 폐지한 바 있다.

미연방통신위원회는 1985년 이 원칙을 폐지한 이유로 기계적이고 숫자적인 공평성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와 취재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이 결정은 언론의 공정성이 숫자적이고 기계적인 균형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의 연장이었다.

김 사무처장은 마지막으로 좋은 언론을 가지려면 좋은 언론에 후원하고, 좋은 기사를 소비·유통해 그들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언론을 좋은 언론이라고 칭찬만 하지 말고 견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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