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같이 마실모임, 의령 장에 가다.

의령으로 장 마실을 나섰다. 날은 맑고 좋았다. 일요일 흥건한 낮술에 취해볼 계산을 하며 나선 이들도 있다. 얼굴엔 기대감이 번득거린다. 술을 좋아하는 회원들이다. 이해가 된다. 주 중의 매일, 12시간 이상 몸을 빼지 못하고 자영업에 종사하는 그 답답함을 벗어나는 시간이니 그렇기도 하겠다.

이번 나들이에는 아이들이 넷이나 된다. 날이 더워졌으니 아이들과 걷기보다는 시원한 데를 들어가야 한다. 의령읍장 입구에서 모여 의논을 한다. “오늘은 먹빵이다. 의령소바 먹고 좀 걷다가 다시 의령 소고기 국밥!”

 

▲ 의령소바 본점 칠십 년 전통의 다시식당

‘의령소바’라는 체인점이 유행할 정도로 의령은 메밀소바로 이름나 있다. 의아스럽다. 그 유래가 뭔가? 원래 메밀로 국수를 해먹는 것은 고려 시대 한 선승에 의해 일본으로 전해졌다 한다. 그러나 일본식 메밀국수들이 더 유명해져 오히려 한국에 소바(일본식 메밀국수 이름)로 다시 전해진 것이다.

의령소바를 만들어낸 사람인 김처악 할머니의 이야기에 따르면 해방되어 일본에서 건너온 신반(의령군 신반면)사람에게 메밀국수 해먹는 법을 배웠다 한다. 일본에서는 차게 해먹는 소바말고도 장국에 뜨겁게 해먹는 소바 등이 있단다. 그 요리법에다 김처악 할머니가 짭짤한 쇠고기 장조림을 찢어 얹었다. 의령 군청 앞에서 하던 소바 집을, 김처악 할머니의 여동생이 자리를 옮겨 다시 연 곳이 ‘다시식당’이다.

칠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 근처 ‘다시식당’에 들러 한 방을 차지하고 소바 등을 먹었다. 역사만큼, 가게는 낡았으나 소문을 듣고 온 손님들로 꽉 차있고 일하는 사람들도 바쁘다. 그런데 가격대비 크게 맛이 없다. 그동안 조미료와 센 양념들에 길들여져서인가, 밀가루 국수와 달리 탄력이 떨어지는 메밀국수라(다른 집에 비해 메밀가루의 비율이 더 높아서일 수 있다.) 그런가 아리송하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장이 크고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초여름 과일들과 햇콩들, 물산들이 풍부하다.

 

▲ 완두콩과 두벌콩, 호랑이콩
▲ 비파, 항산화와 면역성 회복 등의 기능이 높단다.

시장 건너편 충익교를 건너 의령탑을 지나 의령박물관으로 들어섰다. 해설사를 붙여 설명을 들었다. 박물관의 중심주제는 ‘의령 의병’이나 한 켠은 의령에서 출토된 역사 유물들도 전시돼있다. 가야시대인가 말 위에 사람을 앉혀놓은 모형이 있었다.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 의병탑
▲ 의병 박물관 내

“나 귀걸이 한 남자랑 만나고 싶어!”느닷없는 나의 말에 한 동료가 이런다. “귀걸이 한 남자한테 맞아보고 돈 좀 뜯겨봐야 정신을 차릴라나?”가까이 선 사람들끼리 박장대소했다. 그 느낌의 중년 남자사람들이 바로 떠올려졌기 때문에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귀걸이 달고 치마 입을 줄 아는 남자를 마음에 품고 산다.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전국에서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사람이 의령의 곽재우이다. 4월 14일, 일본군이 부산진성과 동래성으로 육지에 올라 20일 만에 한성이 함락됐다. 곽재우는 4월 22일, 의병을 일으켜 세웠고 전쟁 7년간 의병활동을 펼쳐나갔다. 그 해 10월 200여명의 의병을, 진주성 1차 전투 때 보내기도 했다.

의령사람들의 자부심이 될 만하다.

남산 그늘을 친구삼아 걷다가 남산천(정확히는 남산천과 의령천 합류지점, 남강의 지류) 위의 구름다리를 건넜다. 아이들도, 어른도 신났다.

 

▲ 남산천 위 구름다리

다시, 시장을 지나 전통을 자랑하는 쇠고기 국밥 집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손님들이 줄을 섰다. 별채식당에 자리를 잡고 쇠고기 수육과 국밥을 차례로 시켰다. 쇠고기 국밥의 국물맛이 지대로다.

앞서 들렀던 집과 비슷하게 손님을 접대하는 분들의 마음이 바쁘다. 친절함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가게같은 델 가며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술집이든 밥집이든 너무 손님이 많은 곳에 알바생들에게는 최저시급 이상을 줘야 한다고. 실제 어떤 지는 물어본 적이 없다.

의병 박물관, 시장 나들이, 그리고 소바나 쇠고기 국밥 한그릇, 아이들과 함께 놀러가기에 권할만한 곳이다. 의령^^

 

▲ 진주같이 마실모임 회원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