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잠자는 술병을 들고 나가 밖에서 마실 때 지켜야 할 예의

설날이 지났다. 명절이 지나면 우리에겐 명절증후군과 함께 부담스러운 양의 카놀라유와 캔 햄, 샴푸와 린스, 비누들이 남는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남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선물로 들어온 각종 술들이다. 집에서 혼자 마시기엔 아까운 것들이거나 평소 내가 즐기지 않는 종류의 술이라 덥석 모가지를 비틀기가 두려워진다. 과연 저 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선물 받은 고급 위스키나 전통주, 지인이 특별히 좋은 재료로 만들어준 담금 주를 혼자 마시기는 아깝고 어색해서 모임이나 파티에 들고 가서 마시고 싶은데 모임 장소인 식당이나 레스토랑에 어떻게 얘기를 하고 가져가야 될까? 한 번 쯤은 다들 고민해 보셨으리라.

▲ 백승대 450 대표

내가 보관중인 술을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서빙 받는 조건으로 와인 가격의 일부 혹은 병 당 일정 금액을 내는 것을 ‘코르크 차지’(cork charge) 라고 부른다. 와인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종류의 술을 들고 가서 마실 경우에 두루 쓰는 표현이다.

식당에서는 업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주류를 서비스해야 하기에 다른 주류나 음료의 매상이 덜 오르고, 술을 마시는 동안 손님이 머무는 시간은 길어지고 테이블 회전수가 줄어드니 손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술을 마시는 개념인데, 코르크 차지를 내고 술을 마실 때에도 매너와 에티켓은 분명 존재한다.

모임 할 장소가 미리 정해졌다면 식당에 전화해 모임 사실을 알리고 주인에게 미리 코르크 차지를 지불하고 술을 마시는 것이 가능한지 꼭 물어봐야 하고, 몇 병 정도를 가져갈 것인지, 몇 병까지 가능한지, 해당 잔들은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자주 가는 잘 아는 식당이라고, 식당 사장이랑 친하다고 아무런 예약이나 얘기 없이 술병을 덜렁덜렁 들고 가 허락도 없이 술병 따고 술잔 갖다 달라는 것은 최악의 술 매너다.

이는 마치 삼겹살 전문점에 한우를 싸들고 가 이 집 숯불이 좋으니 내가 가져 온 한우 좀 구워 먹겠다는 파렴치한 심보나 매한가지다. 어느 주인이 이를 좋아할 리가 있겠나? 술이 얼마짜리이고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리고 식당 사장과의 친분을 생각하기 전에 역지사지. 내가 식당의 사장이라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보시라.

반대로, 일부 와인bar 나 레스토랑에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라고 적혀있는 경우, 이것은 ‘코르크 차지 프리’, 즉 코르크 차지 없이 자신의 술을 가져 와 마실 수 있다는 뜻이니,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들고 가서 즐기면 되겠다.

‘BYOB' 는 또 뭘까? 'Bring Your Own Bottle’. 자신이 마실 술은 직접 가져 오라는 뜻으로, 쉽게 얘기하면 ‘주류본인지참’ 정도 되겠다. 해당 술집이나 식당에서 주류를 판매하지 않거나, 특별한 모임이나 파티를 하는 날 주류 판매를 따로 하지 않으니 본인이 마실 술은 본인이 직접 들고 오라는 말이다.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 가 즐길 음식을 미리 준비 해 가는 것이라면, 'BYOB‘는 음식이나 안주는 준비되어 있으니 곁들일 술만 미리 준비 해 가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 BYOB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지만 앞으로 BYOB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척 응, 그래 막걸리라도 두어 병 사갈게 하시면 된다.

집에서 잠자고 있는 술병을 들고 나가 밖에서 마실 때는 적당한 예의를 지켜 술자리 분위기도 살리고, 본인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도 지켜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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