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칠암동 모두의아지트서 진주학 정립 첫 공론화 모임

“2019년을 진주학(晉州學) 정립의 원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진주 발전을 위한 토대이자 밑거름이 되는 진주학,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셔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오늘 원탁회의에서 기탄없이 논의해보자. 진주학을 어떻게 정립해갈지..”

15일 김중섭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경상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 같은 말로 “‘진주학(晉州學)’ 정립을 위한 원탁회의”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진주시 칠암동 모두의 아지트에서 열린 원탁회의는 진주를 연구하는 '진주학'을 정립하기 위한 첫 공론화 모임이다. 

 

▲ 15일 열린 진주학 창립을 위한 연탁회의서 김중섭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경상대 사회학과 교수)가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진주학(晉州學) 범위는 역사, 문화, 예술, 인물, 진주 정신까지 포괄해야”

남성진 진주문화연구소는 이날 ‘진주학 정립을 위한 기초 사업 제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진주권은 석기시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문화적 역사적 유적이 공존하는 곳으로 한반도 역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고 했다.

그는 진주학의 범위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역사를 연구하는 것 △진주의 문화․예술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토박이말, 옛이야기, 민속예술과 놀이, 음식과 차) △진주가 낳은 인물 연구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진주 정신 연구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진주학 관련 자료실 구축 △진주학 기초자료 서지 발간 △학술대회 개최 및 발표 논문집 발간 △역사 문화 시민 강좌 △진주 연구자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 관점 가지고 문화정책 추진해야”

서은애 진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진주시 문화정책 수립을 제안했다. 그는 “지방분권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만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 핵심이 문화사업”이라며 “그간 진주가 문화사업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는데 이제 문화사업을 확충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에서 국가 균형발전 도모를 위해 ‘문화도시 정책(지역거점문화도시사업 등)’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광주 아시아문화 중심도시 조성사업(2004년부터 2023년/사업비 5조 3천억 원) △전주 전통문화도시 조성사업(2007년부터 2026년/사업비 1조 7천억원)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2006년부터 2035년/사업비 3조 3천500억 원)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진주도 이들 자치단체처럼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문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역사 시설물 복원 축제지원 △유네스코 창의도시지정 추진 △민속예술 상설공연 지원 등을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 문화도시로 거듭나자고 제안했다.

 

▲ 15일 열린 진주학 정립을 위한 원탁회의

“진주 역사자료관, 근대문화유산 답사코스 마련하자” 

조창래 강주인문학연구소장은 진주 역사자료관 설치, 진주 근대문화유산 답사 코스 개발 등을 제안했다. 그는 “진주교육청 내 (구) 배영초등학교에 진주 역사자료관을 설치해 선시시대부터 6.25 전쟁 이후까지 진주지역의 역사적 변천을 체계적으로 정리, 전시할 수 있는 역사자료관을 설치하자”고 했다. 

또한 진주 진주를 스쳐가는 도시에서 머무르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진주 근대문화유산 답사코스를 만들자고 했다. 그는 구) 배영초등학교(근대문화유산), 구) 진주청년회 사무실(옛 YMCA건물), 형평사 창립장소(구 진주극장), 구인회 상회(LG그룹 효시, 중앙시장), 천황식당(일제 강점기 건물), 진주교회(백정 동석 예배 사건 발생지), 옥봉성당(근대문화유산), 진주역 차량정비고, 문산성당을 잇는 길을 답사코스로 제안했다.

그러면서 “진주에서 자라는 학생들에게 진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고 동시에 이들을 관광 콘텐츠로 활용해 많은 사람들이 진주에 머물도록 하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주 역사․문화․예술 스토리텔링식으로 품어 담은 책자 만들자”

허정림 진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주에 가니 청주의 역사․문화․예술을 스토리텔링식으로 풀어 담은 책자가 있더라. 진주에는 아직 이런 게 없는데 일반시민들 누구나 쉽게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이 같은 책(가칭 ‘진주이야기’)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조권래 진주시민신문 기자는 “한해 국내 관광시장 규모가 64조 원에 달하는데, 진주의 경우 관광객을 끌어올 핵심 관광 콘텐츠가 없다”며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기초 자산들을 충분히 조사하고, 문화를 중심으로 도시계획, 산업계획, 지역계획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15일 열린 진주학 정립을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진주시민만 모르는 진주?”

박용식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진주의 영역을 분명히 하고 진주학을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기존의 진주는 “임진왜란에 너무 몰입돼 있다. 논개 가락지, 유등, 비차 등이 과연 진주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또 “‘영남 인재의 반은 진주서 났다’는 말과 진주 비봉산의 봉황이 날아가 진주에 인재가 나지 않는다는 말도 문제가 있다”며 “최근에는 교육도시, 기업문화 수도, 차 문화 수도 이런 말들도 나오는 데 이게 맞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주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기술할 수 있는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은 앞으로도 ‘진주학’ 정립을 위한 모임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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