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칭타오, 산미구엘, 대동강 같은 맥주 하나쯤 가져보자.

‘국뽕’은 '국'가+히로'뽕'이 합쳐진 말이다.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다.

‘국뽕’. 언젠가부터 심심치 않게 쓰는 말이다. 굳이 좋게 설명하자면 ‘애국심 과다’정도가 아닐까싶다. 손흥민이 골을 넣거나 류현진이 선발승을 따낼 때, 우리는 기사나 댓글에서 심심찮게 ‘국뽕’이란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반만년 침략과 굴욕의 역사를 지나며 우리는 지나친 애국심과 애국주의, 나아가 국산품애용이라는 거대한 ‘국뽕’에 집단으로 취해있는 민족이 됐다.

▲ 백승대 450 대표

우리 손으로 소비재를 직접 생산하고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국산품애용이라는 병에 걸린 좀비들처럼 성능이나 가격을 비교해 보지도 않은 채 “이왕이면 국산품”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학습했다. 내가 사는 가전제품 하나, 자동차 한 대가 국가경제를 부흥시키고 수출의 밑거름이 되며 우리나라 기업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효자 역할을 하는 거라고. 혹여 쓰다가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 받기 쉽고, 중고로 처분했을 때 가격도 국산이 훨씬 후하게 받을 수 있으니 수입품을 사거나 쓸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며 소비자들은 점점 더 현명해졌다. 현명해진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과 가격을 비교하고 해외직구를 서슴지 않는다. 비슷한 가격이면 더 이상 국산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흉기차(현대차)를 타느니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를 타고 청소기는 다이슨, 휴대전화는 아이폰을 쓴다. 국뽕이 점점 걷히고 옅어짐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디자인을 개선하거나 성능을 향상,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으로 국내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 노력한다. 천적이 없는 곳에서 포식자가 퇴화하듯 국내업체들은 개떡같이 만들어도 찰떡같이 사주던 충성고객이 아닌 누구보다 까다롭고 눈 높은 소비자들을 상대하게 됨으로써 그들 스스로도 발전하는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뽕’에 취해 소비자를 ‘호구’로 보며 구시대적인 작태를 이어가는 분야가 있다. 주류업계다. 해방 후 조선맥주와 동양맥주로 양분되던 맥주시장은 여전히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이트와 카스맥주는 여전히 맛도 없고 특색도 없는 그들만의 맥주를 생산, 판매한다. 4캔에 만원하는 수입맥주가 몰려와 점유율을 잃었다고는 하나 그건 수입맥주가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전에 비해 돈이 좀 덜 된다는 얘기이다. 규제완화로 수제맥주니 크래프트비어가 유행이라고 떠들어 대지만 지방소도시에 사는 우리 주위엔 수제맥주 비슷한 녀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식당이나 편의점을 가봐도 늘 보던 고만고만한 녀석들뿐이니 우리는 오늘도 하이트나 카스를 마신다.

여러 번 얘기하지만 카스맥주는 더 이상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다. 맥주는 국산이지 하며 카스에 좋은데이 말아 드시는 분들 헛짓 하는 거다. 하이트건 카스건 이들의 제일 큰 문제는 신제품을 십년도 넘게 출시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건 국내 소비자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다. 수입맥주들이 몰려오며 각양각색 다양한 홉의 아로마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알면서도 여전히 적당한 보리에 적당한 홉으로 적당히 맛없는 맥주를 만들어 판다. 소비자의 입맛은 자꾸 높아져 가는데 이들은 그걸 애써 무시하고 월드컵엔 월드컵 라벨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라벨로 라벨 바꿔치기만 해대고 있다.

대충 만들어 팔아도 국내에선 팔릴 거라는 생각. ‘지네가 이거 안마시고 배겨’라는 그 똥배짱에 ‘하이킥’을 날려줄 때가 됐다. 생산자의 거만함은 소비자의 소비거부. 즉 불매라는 합당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수차례 비슷한 경험으로 그릇된 업체를 ‘참교육’해오지 않았던가. 하이트, 카스가 수입맥주보다 맛이나 가격 어느 하나 월등한 부분이 있나? 굳이 아쉬워하지 않아도 우리가 조금만 번거로움을 견디면 저들은 변할 것이라 확신한다.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고 수입맥주에 안방은 물론 사랑채까지 다 내어주고 나서야 저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에 귀 기울일 것이다.

그들이 세계 어느 맥주와 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맥주를 만들어 낼 때까지 나는 하이트와 카스맥주를 마시지 않을 작정이다.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우리도 칭타오, 산미구엘, 대동강 같은 맥주 하나쯤은 가져도 되는 사람들이 아닌가. 어째 함께 하시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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