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중독에 관한 알쓸신잡

역치(threshold)라는 개념이 있다. 생물체가 자극에 반응하는데 필요한 최소 자극 세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양적변화가 질적변화로 전환되는 지점을 말한다. 약학에서는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최소 혈중농도(약의 용량)를 말한다.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역치를 넘어서는 용량을 투여해야한다. 예를 들면, 타이레놀500mg 1알을 먹으면 통증이 없어지는데 반 알은 효과가 없다면 반 알로는 타이레놀의 혈중 농도가 역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마약도 혈중농도가 역치를 넘어야  쾌감을 느낄수 있다.

▲ 황규민 약사

역치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용량도 중요하지만 흡수 속도도 중요하다. 코카인 가루를 먹지 않고 코로 흡입하는 이유는 코점막을 통해 빨리 뇌로 전달시키기 위해서이다. 역치 이상의 고농도 코카인이 뇌의 쾌감 중추를 쳐서 도파민이 급격히 분비되면 쾌감을 느낄수 있다.

카페인, 마약, 달고기름진 음식을 먹고나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활력과 쾌감을 느낀다. 그 쾌감은 기억되고 이것들과의 연관성은 학습된다. 쾌감과 활력을 위해 이것들의 섭취는 반복된다. 이것이 탐닉이다.

탐닉이 반복되면 뇌는 높은 도파민 농도에 적응되어 보통의 상태에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리적 컨디션이 저하되고 심리적으로는 우울해진다. 이 불편한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페인, 마약, 달고기름진 음식을 갈망한다. 이것이 중독이다.

남미 안데스 원주민들은 코카잎을 수시로 씹는다고 한다. 피로회복과 각성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중독되지는 않는다. 사탕수수 재배농부들은 사탕수수를 질컹질컹 씹는다. 그러나 당뇨에 걸리거나 중독되지 않는다.

하지만 코카잎에서 코카인을,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밀에서 밀가루를 추출 가공 정제 농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공 정제 농축하면 흡수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여 역치에 쉽게 도달한다. 이것이 중독의 원리이다. 식재료인 밀이 가공정제되어 가루(정제탄수화물)가 되면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이 되는 이유이다. 탄수화물 중독 또는 음식중독의 실체가 이것이다.

카페인, 소금, 지방, 마약은 도파민을 분비하여 쾌감을 제공하고 탐닉케하고 중독으로 이끈다면, 설탕과 액상과당 밀가루 같은 정제탄수화물은 도파민뿐만 아니라 인슈린을 개입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강고히 한다. 과도한 인슈린은 저혈당을 유발하여 참을수 없는 배고픔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식품산업과 제과업체가 파고드는 지점이 여기이다.

마약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지만 설탕 소금 밀가루 등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식재료 이므로 통제하고 관리하기가 쉽지않다.

밀가루를 기름에 튀기고 단짠(달고 짠 것)을 첨가하여 커피나 콜라와 함께 먹는 도넛의 유혹을, 지방 설탕 카페인의 절묘한 조합인 믹스커피의 유혹을, 기름에 튀겨 단짠으로 옷을 입힌 치킨과 콜라의 유혹을, 커피와 함께 먹는 달콤 짭짤한 비스켓의 유혹을 어떻게 거부할 수있겠는가? 그것도 비오는 날 꾸무리할 때, 각성이 덜된 아침에, 피곤하고 시간이 안가는 오후 3시에.

음식이 상품이 되고 배고픔 해결보다는 즐거움 배가를 목적으로 하는 이 시대에, 식품산업과 제과업체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면 음식중독의 원리와 식품산업의 기본전략을 이해하고 또 실천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 전달 체계를 확립하고, 음식문화를 개선하고, 업체의 식품생산과 마케팅 전략을 통제하는 제도적 개선은 아직도 멀기만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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