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 추억의 음식은 미국 곡물정책, 국가 식량정책에 의해 결정됐다.

1991년 27살. 군대 첫 휴가를 나왔다. 울진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데 핫도그가 보였다. 휴가 나오면 짜장면을 먹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우연히 본 핫도그 5개를 사서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7번 국도 동해안를 따라 남으로 달렸다.

동해 바다 경치도 주변 승객도 첫 휴가 나온 27세 육군 일병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핫도그 5개를 다 먹고 아차 싶어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 승객들은 이해한다는 듯 나에게 불편한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 때 그 맛과 분위기는 아직도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나에게 고속버스 휴게소 음식은 ‘핫도그’ 아니면 ‘핫바’다. 이렇게 특별한 경험과 묶여있는 음식이 추억의 음식이다.

또한 외로우면 생각나고, 아프면 생각나고, 힘들면 생각나고, 기쁘거나 슬프면 생각나고 그리하여 외로움과 슬픔을 극복하게 하고,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음식이 추억의 음식이다. 그 맛을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는 음식이다.

▲ 황규민 약사

맛이란 미각 후각 경험 등 모든 감각의 총합이다. 이러한 감각들을 기초자료로 하여 뇌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맛이다. 그래서 맛을 생화학적으로 표현하면 음식이 자극해내는 뇌의 도파민 분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맛있는 음식이란 뇌에서 도파민을 많이 분비하게 하는 음식이다.

입맛에는 어릴 적 맛 기억이 어느 정도 각인 되어있다. 어릴 적 식습관이 평생의 입맛과 건강을 좌우한다. 그런데 대부분 어릴 적 입맛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 어머니이므로 맛있는 음식, 추억의 음식, 고향의 음식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묶여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국 추억의 음식이란 뇌에 각인된 음식이고, 힘들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외로울 때 생각나는 음식이고, 어머니와 고향의 음식이고 결국 나의 정서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좌우하는 음식이다.

신경과학은 맛이 뇌의 기억 중추와 직접 연관 되어있다고 한다. 후각, 미각의 흔적과 기억은 뇌조직에 함께 새겨져 지워지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억의 음식은 거기에 얽혀있는 과거의 기억 즉, 기쁨 슬픔 그리움 추억을 끄집어낸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들 맛의 절반은 추억이라고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 세대 추억의 음식 대부분이 정제탄수화물 즉 밀가루, 설탕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60~70년대 미국의 밀가루 원조 정책과 그것의 실행기관으로서의 우리나라 분식장려 정책으로 인해 밀가루 음식이 우리 세대 추억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크라운산도, 호빵, 국수, 라면, 짜장면, 새우깡이 실연, 슬픔, 그리움 리고 어머니, 고향과 연결되어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우리 세대의 추억의 음식이 미국의 곡물정책과 국가 식량정책에 의해 결정되었다면 우리 다음 세대 추억의 음식은 제과업체와 식품산업의 마케팅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들 세대에게는 햄버거, 콜라, 피자 같은 인스턴트 음식, 편의점 식품이 아플 때, 힘들 때, 스트레스 받을 때 생각나고 먹게 되는 추억의 음식, 힐링 음식이 될 것이다.

맛을 도파민이란 물질로, 추억을 뇌의 기억중추 조직으로 연관시키고 물질화시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혹 이과생의 눈과 언어로 맛, 추억, 음식이나 국가정책 같은 것들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당신의 영혼의 음식, 추억의 음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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