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민방위훈련, 정작 학생들은 '이게 뭐야?'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린다. 곧 방송 스피커에서"훈련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기에 2번, 소위 민방위 훈련을 한다. 20분동안 진행되는 일단 멈춤의 시간, 최근 3월에 진행된 민방위 훈련은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과 전국에 적기 및 미사일 공습으로 주요시설이 피폭당하는 상황을 가정한 주민대피 훈련으로 진행되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민방위 훈련은 방송부원 학생들이 민방위 훈련 라디오 방송을 들려 주거나, 자체적으로 안내 방송을 한다.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질서를 지키며 학교 밖 운동장으로 나가서 교육을 받거나 민방위 훈련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 진양고등학교 민방위훈련 방송대본.

그렇다면 과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행해지는 민방위훈련이란 것이 어떤 의미일까? 학생들은 ‘라디오 방송을 나와 선생님들의 안내에 따라 강당으로 가긴 했는데, 다들 떠들고 집합이 제대로 안됐다.’, ‘사이렌이 울려 지시에 따라 운동장으로 나가 민방위 훈련이 끝날 때까지 친구들과 얘기하고 놀았다.’등이 거의 비슷한 반응들이다. 학생들에게 민방위 훈련 20분은 그저 ‘노는 시간’이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 학교에 따라서 민방위 훈련을 하지 않은 학교도 있다. ‘민방위 훈련이라는 것도 했어? 우리 학교는 사립이라서 안 하는 것 같다.’ 라며 민방위 훈련이 시행되는 사실조차 모르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훈련이라는 것은 원래 실전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이렇게 유명무실한 민방위 훈련을 진행하다 보면 그럴 경우는 없겠지만 비슷한 실제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훈련의 효과는 전혀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난이나 위기는 언제든, 누구에나 불시에 닥칠 수 있다. 이런 의미 없는 재난 훈련의 반복이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없는 ‘안전불감증’이나 습득시켜 주지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어딜가나 ‘안전’에 대한 목소리는 커졌다. 그러나 정작 민방위훈련조차도 그 의미를 모른채 시간만 때우고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재난이나 안전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던지, 응급처치나 심폐소생술 같이 항상 알고 있고 실제로 할 수 있어야 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백번 낫지 않을까? 비행기 폭격한다고 줄서서 운동장에 모이는 의미없는 20분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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