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일본관』 박상현 저. 박문사 2015년

 

저자는 경술국치 100주년을 맞아 해방 후 70년이 되도록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얽힐 대로 얽혀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안타까워하며 이 책에서 그 해결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정부와 국민뿐만 아니라 진보학자들 간에도 양국의 역사와 분쟁에 있어서 인식차가 존재하며, 일본 지배세력은 수시로 일본의 한국지배가 오히려 한국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감정은 증오감이라고 말한다. 또 한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의식에는 열등의식, 우월의식, 피해의식이 있다고 하면서 그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일본관과 에필로그를 통해서 우리(한국인)의 증오감은 이제 그만두고 상대(일본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보편적 감정으로서의 인류애며, 우리가 먼저 시작해서 한일관계 개선과 우호 증진을 이루고 동북아 평화를 구축하자고 말한다. 나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내 생각을 조금 첨가하고자 한다.

한일 양국은 공히 종전 후에 사회의 민주화에 실패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야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전 이전의 정치, 경제적 지배세력을 민주적으로 교체하지 못하면서 구 지배세력이 종전 후에도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다. 양국의 지배세력은 자신들의 과거의 죄악을 은폐하거나 부정하고 국내외적인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일본은 종전 후에 전범자 처벌과 전쟁에 대한 반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오늘날까지 수시로 정부인사의 망언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1955년에 창당한 이후 일본 정치를 거의 독차지하고 있는 자민당 정권은 평화헌법의 핵심인 ‘일본국헌법 제9조’ 개정 움직임과 ‘교육기본법’ 개정으로 주변 국가들로부터 신군국주의의 부활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과거 일본의 전범기업들이 세계의 군수산업계에 재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해방 후 친일세력 처벌은커녕 색출에도 실패했다. 곧 이은 세계 냉전체제 형성으로 한국의 보수집권세력은 최고의 기회를 얻게 된다. 바로 이 좌우대립과 한일갈등은 보수집권세력의 권력유지를 위한 보증수표가 되었다.

좌우대립은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핑계거리가 되었고, 한일갈등은 전 국민을 민족주의란 깃발아래 뭉치게 하고 사회현실에 눈멀게 만들었다. 이럴진대 어떻게 한일관계가 개선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양국의 국민들은 왜 이를 방치하고 있는가?

일본인 개개인은 정말 착하고 친절하다. 그러나 지배세력에 의해서 집단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리더라도 저항을 않는다. 친절, 배려와 함께 슬픔과 분노를 억제하는 것이 일본인의 특성이다. 이것은 선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역사적으로는 악을 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의에 저항하는 일본국민을 보고 싶다. 감바레, 니혼노가타!

한국의 근대와 현대는 정말 불행한 역사다. 조선이 스스로 근대의 길을 걷지 못하고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가 되면서 전래되어 오던 문화와 전통은 사라지고 국민은 친일권력계층과 억압받고 수탈당하는 피지배계층으로 나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종전 후 세계의 냉전체제 형성의 실험장이 되면서 민족상잔의 비극을 맞게 된다. 일부 남아 있던 유무형의 전통문화는 한국동란으로 전멸하다시피 한다. 주자학이 조선에서 꽃필 정도로 우리나라는 유교가 발전하였다. 유교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부정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륜이란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60년대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 이전에 사라져버린 전통문화에다 인륜까지 사라지면서 한국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부정부패, 비인간화 등 인간문명의 모든 부정적 측면과 악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은 이미 전설이 된지 오래고, 자살률 세계 최고와 행복지수 세계 꼴찌가 우리의 자화상이다.

도대체 우리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베트남전에서의 만행과 요코이야기에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자.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의 시민의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역사 등 모든 분야에서 전권을 가지고 국민을 오도하는 지배세력이 1차적인 책임자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않는가? 그들 스스로 잘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내가 이백 살까지 살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이 책임의 큰 부분은 국민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아니 지배세력과 함께 공범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야만의 시대를 종식해야 한다. 양국의 국민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강화하고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자. 그리고 나아가서 서로 우호적인 새로운 한일관계를 구축하고 선진사회를 이룩하도록 하자.

『한국인의 일본관』 박상현 저. 박문사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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