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최대의 과제는 소득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

지방선거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으로 누구를 뽑아야 할까. 정치인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당연히 시대적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으로 뽑는 것이 맞다.

오늘 우리 사회 최대의 과제는 무엇인가. 소득 불평등 문제 해결이고, 그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보수가 열악한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약 절반에 달한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이하다. 첫째, 선진국 비정규직들이 자신의 사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는데 비해 한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필요가 아니라 회사 측 방침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이 된다. 둘째, 비정규직 임금이 선진국에서는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인데 한국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절반 수준이다. 비정규직 채용의 주된 목적은 기업의 임금 절약에 있는 것이다. 높은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 때문에 3포세대, 5포세대 등 저출산문제가 심각해진다. 과도한 사교육은 제 자식만큼은 상위권 대학에 보내 비정규직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는 발버둥이다.  

▲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발생을 억제하며, 비정규직 임금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노동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 각 정당들은 비정규직 문제의 진정한 해결 의지와 능력이 얼마나 있는가. 우선 여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노동 존중사회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집권 후 정부는 인천공항공사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어도 자회사에 소속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완전한 정규직과 거리가 있다. 고용안정은 정규직처럼 보장받으나 임금은 종래의 비정규직에서 별로 나아지지 않는 이른바 중규직이 된 것이다.

공공부문에서조차 이러니 민간부문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다.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정부의 명령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저임금을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에 접근시킬 수는 없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노동조합이 고용주 측과 대등한 교섭력을 가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은 낮아진다. 유럽  사례를 보면 덴마크에서는 중앙 노총의 단체교섭으로 파견노동자들의 시간당임금을 파견노동 사용 기업의 정규직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독일 노동조합은 더 엄격한 노동 보호 규제를 재도입하도록 주요 정당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노동조합의 힘은 너무나 무력하다. 2016년말 현재 노동조합 조직률은 10.3%에 불과하다. 1989년의 19.8%에서 반토막이 났다. 그 속에서도 노동조합은 대기업, 공공부문에 집중되어 있고 소규모 기업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가입률이 극히 낮다. 30명 미만 영세업체는 1132만명 임금노동자 중 노동조합원수는 14,901명으로 0.2%로 있으나 마나다. 30-100명 소기업도 378만명 중 노조가입자는 10만2천명으로 3.5%에 불과하다. 300명 이상 대기업은 55.1%로 높은 수준이다. 공무원은 노조가입 자격자의67.6%가 가입하고 있는 반면 민간부문은 9.1%에 불과하다.

노동3권이 명시된 헌법이 있지만 현실은 장밋빛과는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하청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 그리고 교사, 공무원, 해고자들은 노조하기 매우 어렵다. 법은 이들의 결사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 상태에 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만 행정조치만으로도 가능한데도 자본측과 보수세력들로부터 친노동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해 합법화를 미루고 있다. 파업권 역시 크게 제약당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3조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제4조는  “형법 제20조의 규정(정당행위로 면책)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용조건에 대한 사안을 넘어서는 문제를 가지고는 파업을 할 수 없고,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고 간주하면 파업 참가자는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거나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은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5월 3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맞아 국정과제 추진 현황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어디에도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앞으로 정부가 노력해야 할 과제들을 담은 보고서 뒷부분에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아예 비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실련의 ‘문재인 정부 1년 공약 이행 평가’에 따르면 ‘노동 존중사회 실현’의 공약 완전이행률은 4.9%로 전체공약 완전이행률 12.4%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노동공약 미이행률도 61%로 전체 공약 미이행률 41.9%보다 높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기본급의 25%를 초과한 상여금과 7%를 초과한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통과시켰다. 산업계와 중소기업의 반발을 줄이면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명목으로는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지만 내용적으로는 조금만 올리는 꼼수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노동공약 기조는 최저임금 인상 억제와 노동조합 억압이다. 저임금에 중독된 기존 노사관행을 유지하는데 열심이다. 임금 인상 억제로 저임금 일자리를 늘리겠으니 감지덕지하라고 한다. 홍준표 대표는 강성노조가 문제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정의당, 노동당, 민중당 등 진보정당에서는 지방선거 공약 중에 행정기구 내에 노동전담 부서를 두어 노조 조직화를 지원하고,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노동교육을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은 헌법 33조에 규정된 생존권적 기본권이다. 선진국에서도 자본주의 초기에는 노동기본권이 자유권적 성격이 강했다.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민사적, 형사적 면책을 보장받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그러나 2차 대전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적극 보장하고 있다. 노동기본권의 발전은 진보 정치세력의 성장이 없이는 어렵다. 미국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가 1935년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전국노동관계법을 제정한 것은 1934년 중간 선거에서 빈민층의 지지를 얻은 좌파정당의 후보가 1936년 대통령 선거에 득세할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지방 노동청과 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은 숫자가 적어 체불임금 해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노동조합 조직이나 활동 지원에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이제 노동행정은 설립되는 노동조합을 등록시키는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조합 조직률을 현재의 10.3%에서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노동기본권 보장에 적극적인 진보정당과 후보들에게 투표함으로써, 적폐 청산을 내세우면서도노동기본권에 소극적인 민주당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제정 등으로 노동기본권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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