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종의 <나의 진주성>

지난 2001년 봄 모스크바의 노보제비치수도원 바깥의 봄을 촬영하러 나간 일이 있다.
마침 그 근처에는 그림을 그리러 나온 화가가 있었는데 그냥 사진 찍기는 미안해서 양해를 구하러 갔더니 어디서 왔냐고 되물어 보셨다.

한국에서 왔다 했더니 "혹시, 논개를 아냐?"라고 묻는 바람에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왜 그 화가에겐 논개란 인물이 한국을 연상하게 했을까?
어떻게 논개를 아냐고 물었더니 그냥 책에서 봤단다. 여하튼 독특한 아저씨라 생각했다.

▲ 모스크바 노보제비치 수도원를 그리고 있는 러시아 화가 - 2001년 5월

이번 주말(5월 22~ 24일)은 진주성에서 "진주논개제"가 열린다.

그 중 다른 행사들은 축제라 할 수 있지만 이 중에서 논개를 모시는 '의암별제'가 가장 중요하고 생각한다.

'의암별제'는 1868년 진주목사 정현석에 의해서 시작돼 맥이 끊긴 것을 진주민속예술보존회 운창 성계옥 선생이 다시 계승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순수하게 모든 제사를 여성들만 주관하는 독특한 제사인데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제사를 주관하는 유일한 행사이기도 하다.

▲ 논개사당 의기사에서 신위순행에 앞서 절하는 모습

진주에 살면서 진주에 관한 역사를 모르면 사실 좀 부끄러운 면이 있다.
하물며 저 멀리 러시아땅에서도 논개를 아는 사람이 있는데 더더욱...

이번 주말에는 진주의 아픈 역사가 담긴 진주성에서 뜻깊은 주말을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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