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세월호 가족극단 노란리본, 진주서 연극 공연

지난 3일 오후 4시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만든 연극단체 ‘노란리본’이 극단 현장 아트홀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치렀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진주시민과 작은 간담회 자리도 이어졌다.

극단 현장 아트홀에는 입장권을 받기 위해 일찍부터 몰려든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행사를 주최한 ‘세월호 진실 찾기 진주시민의 모임(이하 세진모)’은 공연 전부터 리허설, 입장권 배부, 다과 마련 등 행사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세월호 참사 후 깨닫게 된 이웃의 존재를 다룬 연극이다. 세월호 가족들이 이웃을 통해 상처 받고, 위로 받는 모습을 그렸다. 무엇보다 이 연극은 실제 세월호 유가족인 엄마 8명이 주연 배우로 열연하고 있다.

▲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진주시민들

이날 공연장에는 13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관객들은 세월호 엄마들의 간담회가 끝나는 90여분 동안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익살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 웃음이 여러 나왔지만 대체로 공연 분위기는 차분했다. 특히 마지막에 세월호에서 자식을 잃은 엄마가 부르는 노래에 객석은 일순간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관람객들 “그 아픔 이해된다”

엄마와 같이 왔다는 중학생 조형철 군은 "세월호 어머니들이 공연하면서 눈에 눈물 맺히는 것을 봤다"며 "슬픔을 이겨내고 끝까지 공연하시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했다. 고등학생인 김주현 양은 "처음엔 그냥 단순히 코미디 연극인 줄 알았다"며 "내용이 웃기기도 했는데 연극 후반부로 가면서 너무 슬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전부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노력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을 두 번이나 관람했다는 최형석(진주교대 재학중)씨는 "처음 보고, 또 봤지만 여전히 울림이 크다"며 "배우 분들께서 전문 연극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극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보고 싶다"며 "진주교대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후원한 김병용 씨는 "어른으로서 그동안 너무 미안했다"며 "(후원을 통해) 빚을 조금 갚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 '노란리본' 공연 장면

세월호 엄마들 “감사합니다”

김성실(동혁 엄마) 씨는 "진주시민께 너무 고맙다"며 "지난 번 합창단으로 뵙고, 이번엔 연극으로 또 만나니 진주시민과 더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세진모에 대해서 "지역 성향이라는 게 있는데, 얼마나 고생하시며 활동하는지 가늠이 안 된다"며 "이런 일이 아닌 걸로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임영애(준영 엄마) 씨는 "(노란리본이) 공연을 서른 번 넘게 했지만, 이번 진주 공연이 더욱 울컥했다"며 "진주시민들께서 저희와 같은 마음이라는 느낌을 공연 중에 계속 받았다"고 했다. 이어 "진주시민은 더 따뜻했다"며 "너무 울어서 (공연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웃음)"고 말했다.

김도현(동수 엄마) 씨는 “진주에 계신 더 많은 분들이 세월호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진상 규명을 위해 같이 행동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지영(순범 엄마) 씨는 “이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모두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 '노란리본'의 배우들. 모두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로 구성돼 있다.

세진모, “많이들 오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연극은 세진모와 세월호 유가족간의 3여 년 이어져 온 인연으로 공연이 성사되었다. 2015년 세진모 첫 집회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진주를 찾았다. 이후 세진모 회원들이 팽목항과 안산 단원고를 다녀가면서 유가족과의 만남을 지속했다.

세진모는 지금까지도 공연, 강연회, 거리 집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이번 연극 공연도 이런 취지에 맞게 오래 전부터 준비됐다.

세진모에서 활동하는 홍상환 씨는 “관객이 꽉 들어차서 다행이다”며 “세진모 회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어 “뒤풀이 자리에서 세월호 어머니들께서 (세진모 덕에) 힘을 받아 간다고 말씀 하셨다”며 “세진모 회원들은 그 한마디가 기쁠 뿐이다”고 말했다.

홍 씨는 “세진모 사람들과 의논해서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세월호 유가족과의 인연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세월호 엄마들과 세진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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