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프리뷰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는 황윤 감독에게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약자가 고통을 겪고 있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이것은 약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건강, 환경, 생태,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음식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나의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나는 건강에도 관심이 많다.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은 뒤 기분 좋게 잠드는 시간은 평화롭다. 마지막으로 나는 약자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떤 누군가라도 평화로운 일상을 뺏기고 고통 받는 것을 보면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얼른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하고 싶다.

이런 나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할까. 이렇듯 ‘먹는다’는 것은 복잡하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 농장에서 자라는 돼지와 그와 함께하는 도영

다양한 종류의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다양한 이유가 있다. 나도 시험적으로 3개월간 육고기(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를 끊은 적이 있다. 피폐한 직장생활을 하며 몸이 망가지는 것 같았고 채식을 하면 생리통과 비염이 없어진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를 못 먹는다는 것이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사실 평소에도 그리 자주 먹지는 못하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나머지 고기들을 먹지 못하는 것 또한 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몸이 가뿐해진 게 좋았고 정말로 생리통과 비염이 사라졌다.

육고기를 먹지 않는 동안 평생 자기 몸만 한 닭장에 갇혀 죽을 때까지 알만 낳는 닭을 잠깐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왜 (페스코)채식을 하는 걸까?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고기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채식에 대한 자신의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먹는다’는 건 복잡하다.

돼지에 대해서는 고기 아니면 돼지 저금통 정도밖에 몰랐다던 황윤 감독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은 구제역이었다. 가축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사람들에게 옮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돼지들을 모두 땅에 묻어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한 원인은 인간들이 돼지와 닭을 비위생적이고 협소한 공간에 몰아넣고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시키며 사육했기 때문이다.

▲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는 돼지

돼지들을 살처분했던 공무원들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끝내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산 돼지를 구덩이 속에 몰아넣으며 독일 아우슈비츠의 가스실 학살을 떠올렸다고 한다. 나도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눈길>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10대 소녀들을 좁은 방에 가둬놓고 폭력적인 성관계를 시켰는데 그 중 한 소녀가 성병에 걸려 피부에 종기 같은 것이 나기 시작했다. 자기 몸에 병이 옮는 것을 꺼린 병사들은 그 소녀와 관계를 가지지 않았고, 독이 소녀의 온 몸에 퍼졌을 무렵 그녀는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을 당한다. 눈을 뜨고 지켜볼 수 없는 잔인하고 지독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원하는 대로 적은 돈을 들여 폭력적으로 사육하고 병에 걸리면 죽여 버리는 구조는 돼지도 똑같았다.

소름이 돋았다. 그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만 안 먹는 게 무슨 소용이야. 완전한 채식을 하려면 떨어진 과일만 먹어야 되고 잡초만 뜯어먹어야 돼. 그래서 난 그냥 육식을 하는 거지.’라고 누군가가 쉽게, 떳떳하게 얘기하며 채식하는 사람들에게 훈수를 둘 그런 정도의 가벼운 문제는 아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픔을 알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하지도 마라’는 논리적 모순을 걷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본다.

▲ 원가자 농장의 아기 돼지 돈수

‘월요일은 고기 먹지 않는 날’을 실천하거나 폭력적인 공장식 축산이 아닌 건강한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만을 먹는다. 물론 각자 마음이 움직이는 만큼 고기를 점차 끊거나 비건(vegen, 동물성 제품을 모두 먹지 않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작은 실천들은 분명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물론 편하고 즐겁게 채식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과정도 반드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잡식가족의 딜레마> 상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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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문의

진주시민미디어센터 / 055-748-7306 / www.jjmed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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