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적폐세력과 동거할 텐가

창업수성(創業守成)은 나라를 세우는 일과 나라를 지켜 나가는 일이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나라를 세우는 일’을 좁히면 권력을 잡는 일이다. 이를 두고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창업도 어렵지만 수성은 더 어렵다고도 한다. 수성, 얼마나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가? 도성은 판도 크고 멀기도 하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최근 변방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수성이 어렵기는 어려운가 싶기도 하다. 

수성이 어려운 까닭은 많다. 승리에 대한 도취도 있을 수 있고, 누리고 있는 권력에 대한 안도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몰려드는 돌팔이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창업에는 필요 없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지만, 수성에는 필요한 사람만 있어야 한다. 

2016년 후반기부터 2017년 전반기까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굵은 글자로 진하게 새겨야 하는 세월이었다. 적폐를 몰아내는 ‘촛불민심’이 위대한 혁명을 완성한 시기가 아닌가. 그 세월을 보내고 2018년을 맞았다. 올해는 지방선거와 개헌이라는 큰일을 치러야 한다. 집권세력은 이 일을 잘 치르고, 더 단단한 기반 위에서 흐린 물을 걷어내고 맑은 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그게 곧 촛불민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 물길과 얼마나 이어져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쓰레기를 잔뜩 실은 배가 그 물길과 얼마나 어울릴까?

▲ 이영균 진주교육문화사랑방

오죽하면 ‘적폐와의 동거’라고 할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행보가 적폐세력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적폐라는 우산이 찢어지고 빗물이 옷을 적시니 다른 우산이 필요한 것이라고 하면 얼마나 틀린 말일까? 이렇게 된 데는 변함없는 지지율이 거들어 준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모자라는 자신감까지 가세하지는 않았을까?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지지율이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키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적폐세력은 맥을 못 추고 있고, 당장 마땅한 대안도 없으니 우리가 하면 된다는 오만함이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사태를 염려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터이다. 그리고 방향이 바뀌거나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우일 뿐일까?

돌이라고 다 같은 돌이 아니다. 그 가운데는 옥(玉)도 있으니, 굴러온 돌이 박힌 옥을 뽑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한 염려는 단순히 한 세력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집권세력이 길을 잘못 들면 ‘촛불’이 그 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를 바라는 집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그 길로 가서는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넋두리일 뿐이다.

쓸모도 없는 돌이 반짝반짝 빛나는 옥을 물리치는 경우는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그런데 그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핵발전소 방류수는 따뜻하단다. 그 따뜻함을 찾아 몰려드는 물고기들이 있다. 그 물고기가 핵발전소 방류수를 먹고 자랐다면 누가 얼마나 호감을 가질까? 결국 그 물고기는 난바다에서 잡힌 깨끗한 고기로 둔갑하게 되고, 소비자는 그것도 모르도 값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런 장면과 흡사한 지역 정가 돌팔이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고 있다. 참으로 씁쓸하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비슷한 사례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각나는 한자성어가 하나 있다.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惡)한 사람이 함께 망(亡)함을 이르는 말, 옥석구분(玉石俱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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