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두 분과 곶감을 만졌다. 늘 배운다. 그 삶 속에서.

처가집이 산청 덕산이다. 그쪽 동네와 관련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곶감에 대한 아주 특별한 감정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을 단풍놀이는 언감생심일 것이고 11월부터는 겨우내 온 집안이 비상사태 수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혼 전 연애시절부터 십수년 동안 같은 마음으로 보낸 시간 탓일까? 나는 "곶감에 관한 그 처음과 끝을 다 안다" 자부할 수준에 이르렀다.

▲ 이혁 칼럼니스트

감을 깎는 시간을 왜 딱 한 달 내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지? 곶감으로 만들 수 있는 감의 종류와 맛의 차이? 곶감의 생산원가와 유통과정의 후진성? 건시와 반건시는 어떤 차이이고, 왜 반건시가 우리나라의 대세가 되었는지? 곶감에 스며든 자본과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은?

곶감은 왜 분홍빛을 유지할 수 있는지? 왜 또 그래야 하는지? 곶감의 당도와 품질이 옛 시절 곶감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 왜 같은 포장의 곶감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는지? 왜. 촌 어르신들이 날밤을 새며 겨울밤의 끄트머리까지 일할 수 밖에 없는지?

논문을 쓰라해도 쓰지 싶다. 산청 덕산쪽에 연고가 있는 분이라면 올해도 겨우내 모든 곶감이 출하될 때까지 적어도 마음만은 그쪽 하늘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 좋아하는 축구를 가끔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난 덕산행 길이 좋다.

아마도 수 백 번을 다녔을 그 길, 아직까지 그 길만큼 편하고 여유를 주는 길을 만나지 못했다.

훌륭하신 장인, 장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진심 참 좋다. 이젠 모두들 그만하시라 얘기한다. 그러나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을 수 있는 이 특별한 시간이 좀 더 오래갔으면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덕산골 장인, 장모의 곶감이 왜 최고일 수 밖에 없는지 안다. 스스로 원칙을 어기거나 타협을 할 수 없는 분들이다. 언제나 자신의 곶감을 먹는 사람이 기준이고 그것이 삐끗한 적도 없었다.

오늘도 두 분과 곶감을 만졌다. 늘 배운다. 그 삶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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