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용기있는 보도였을까.

언론이 사안을 바라보는 입장은 각기 다르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한편으로는 권장되어야 할 일이다. 한 사안에 대해 여러 관점을 가진 언론이 존재해야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전해질 수 있으며, 여러 논의도 가능해진다. 동시에 이는 민주주의 확립에도 기여한다. 여러 의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열띤 토론으로 가장 합당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이 때문에 각 언론이 다른 입장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일은 합당하고 건전하다. 우리는 이 점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단디뉴스는 지난 6일 ‘지역의 작은 언론에도 지켜야 할 윤리는 있다’는 제목의 취재수첩으로 모 언론사의 보도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이들이 이창희 시장의 사생활을 함부로 보도했다는 이유였다. 그 언론사에도 그들의 논리가 있는 걸로 안다. 그 논리를 모두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우리가 믿는 언론관에 대해 얘기하기 위함이다. 건전한 논쟁으로 언론의 보도윤리가 어떠해야 하는지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 김순종 기자

그 언론은 최근 이창희 진주시장의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창희 시장이 그의 아내와 별거를 했는지 이혼을 했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내와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묻기 위해 이창희 시장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이 시장의 자택 근방을 ‘탐문취재’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 보도내용을 비판한 것은 이들이 기자윤리강령을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자윤리강령은 “우리는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보도 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앞선 글에서 진주지역 모 언론이 이창희 시장의 사생활을 보도한 것은 물론,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다룬 보도를 했던 것도 문제삼았다. 채동욱 총장과 이 시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다소 다른 것 같지만, 세간의 평가가 어떠하든 상대에 따라 기자가 지켜야 할 윤리강령이 달라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또한 우리는 앞선 글에서 명시했다. 선정적 이슈를 다루는 언론은 황색언론이며, 언론이 관점은 갖되 악의를 갖는다거나 불편부당이라는 원칙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또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되 권력을 가진 자의 사생활을 함부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이는 우리가 믿는 기자윤리강령에 근거한 것이다.

모 언론은 지난 12일 이 글을 반박하는 글을 냈다. ‘이창희 시장의 부부관계와 언론보도’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이 언론은 몇 가지를 주장했다. 주장의 핵심은 이창희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 재출마할 것이기 때문에 유권자인 진주시민이 그의 부부관계를 알 권리가 있다는 것, 유권자가 그의 부부관계가 어떠한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들은 영부인 김정숙 씨와 북한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 씨도 거론했다. 그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우리 언론이 온갖 추측성 보도를 시작하는데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시장의 아내와 관련된 문제는 보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입장은 우리가 믿고 따르는 기자윤리강령과 다르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들의 보도행태는 물론이고 그들이 낸 반박글에서도 여러 문제가 엿보인다. 우선 김정숙 씨와 리설주 씨는 둘 모두 공식 직함을 가진 공인으로 이 시장의 부인과는 격이 다르다. 영부인은 일개 개인이 아니다. 공식 직함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는 리설주 씨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이창희 시장의 아내는 공인이 아니다. 공식 직함도 없다. 시장을 남편으로 둔 평범한 여성일 뿐이다. 그럼에도 남편이 시장이라는 이유로 개인사가 낱낱이 대중에게 공개돼야 할까. 그들의 보도는 이창희 시장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이 시장의 아내가 고이 간직하고 싶은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백번 양보해 그들의 논리가 맞는다고 치더라도 문제의 소지는 남는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전국 자치단체의 모든 시장,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가족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시민들에게 낱낱이 까발려져야 한다. 그 때도 이들은 그것이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을까. 더구나 한 때 박원순 시장의 아내 성형 의혹을 다루거나 그의 아내가 두문불출한다며 이를 보도했던 일부 언론사들의 행태가 숱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 않은가. ‘선정적인 보도’라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이 시장의 사생활이 보도돼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 언론사가 그들의 칼럼에 실었던 표현대로 아내를 폭행하는 경우처럼 범법행위가 일어날 때다. 이 경우 공직자의 사생활은 사생활이 아닌 공적인 영역이 된다. 법률을 위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다루는 것은 매우 내밀한, 부부관계의 지속성 여부에 있다. 이것을 밝히는 일에 어떤 공익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은 칼럼에서 그들의 보도가 나간 후 진주지역 언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용기 있는 보도’라며 후속보도를 기대하고 있다는 격려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하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엘리트주의에 젖어 시민을 무시하는 언론의 모습은 당연히 지양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 시민의 박수와 찬사에 매몰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마련이다. 모 언론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디스패치’조차 일부 시민들에게는 최고의 언론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모 언론사의 입장 모두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나름의 치열한 토론을 거쳐 이 같은 보도를 했으며,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기자윤리강령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그들의 보도행태는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밝힌다. 한편으로는 모 언론의 이번 보도가 그들의 말처럼 어떤 형태로든 공익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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