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자치단체와 진주시, 너무 비교된다”

새 정부 들어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사 복원’이 정책 과제로 포함했다. 정부는 가야문화권을 조사, 연구하고 정비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한다. 이에 가야문화권이었던 경상남도는 가야사 복원T/F를 설치했고, 17명의 민간자문단을 구성해 관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 가야사 민간자문단 위원장인 경상대 사학과 조영제 교수를 <단디뉴스>가 만났다. 조 교수는 가야사 복원과 관련한 진주시의 정책 추진에 ‘안타깝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와 같은 직언을 쏟아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조영제 교수

가야와 진주시 역사적으로 관련이 있나요

“문헌사학계에서는 일찍부터 가야의 여러 작은 나라의 하나인 자타국, 졸마국이 진주에 있었다는 게 학설로 굳어졌다. 역사학자 이병도 선생은 고령가야가 진주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진주에 가야의 정치체 나라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그 근거로 일제 강점기 때 조사됐던 옥봉 고봉군, 최근 조사된 가좌동 고분군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진주 사봉, 진성 이런 곳에서 많은 가야 유적이 조사됐다. 도에서 확인한 숫자만큼이나 진주 도처에 가야유적이 깔려 있다고 봐야한다.”

진주에 가야 유적이 어느 정도 있나요

“도에서 파악한 전국 가야 유적 현황을 보면 진주보다 가야 유적이 많은 곳은 함안뿐이다. 다시 말해 전국에서 진주가 두 번째로 가야 유적이 많다. 개인적으로 파악한 진주의 가야 유적 수치는 더 많다. 100군데가 넘는 가야 유적이 진주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나 개인 연구나 도에서 발표한 자료의 공통점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진주지역에 가야 유적이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진주시가 가야사 복원사업에 하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해 준다. 자치단체마다 가야사 복원사업에 나서고 있다. 오히려 너무 경쟁적이라 문제가 된다. 구례, 곡성 같은 지역은 가야 토기 몇 개 나왔는데 ‘우리 좀 들어가자’ 해서 가야문화권 협의회에 가입했다. 제대로 된 유적도 확인이 안 된 상태인 데도 그렇다. 한 쪽에서는 근거가 요만한 것을 가지고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데 유적이 두 번째로 많은 진주시는 전혀 적극적인 행동이 없다.”

진주시가 납득이 안 되네요

“도에서 경남 각 자치단체별로 가야사 관련 계획을 조사했었다. 지역에 가야사와 연관 있는 것이 있으면 도에 보고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도에서 종합해서 정책에 반영하고, 예산도 투입하고 그렇게 한다는 거다. 저한테 산청군, 고성군, 합천군, 의령군 등에 있는 과장, 계장들이 다 찾아와서 자문을 구해 갔다. 정작 진주시에서는 아무도 안 왔다. 내게 전화라도 왔다면 진주에 유적이 이렇게 많고, 어떤 것은 우선 조사되어야 하고, 유물의 가치, 당위성을 설명해 줬을 거다. 그러면 지금 진주에서 올린 두 가지, 가좌동 고분군 옥봉 고분군 말고도 다른 것들도 많이 들어갔을 거다. 진주시에서 아무 반응이 없는데 어디 대놓고 이야기를 하겠나. 내가 민간자문단 위원장인데, 내가 진주에 사니까 진주 이 유적을 넣자 이렇게 얘기 할 수 없지 않은가. 지금 다른 자치단체에서 올라온 계획을 잘라도 뭐 할 판인데. 그러니까 다른 일선 시군이 움직이는 거하고 너무나 판이한 모습이니까 안타깝다. 이게 앞으로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격차는 벌어진다.”

많이 안타깝겠습니다.

“안타까워도...(한숨) 그냥 아무리 떠들어봐도 혼자 공허한 외침이니까..."

진주시는 어디까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나요

“진주시도 두 개의 사업을 신청했다. 가좌동 고분 13억, 옥봉 고분 49억 유적 정비와 관련된 사업이다. 물론 다른 자치단체보다 터무니없이 적다. 그리고 진주시가 신청한 옥봉 고분 유물들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다 파갔다. 그 유물이 지금 동경대 박물관에 있다. 정말 진주시가 가야사를 생각한다면 시민들과 유물 환수 운동도 벌여야 한다.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 찾는 게 아니라 어디 있는지 안다. 우리의 상징, 진주의 역사를 찾는 노력을 진주시는 왜 안 하는가. 진주시는 지금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도 기념물 고분을 조금 더 그럴 듯 하게 가꾸겠다는 정도뿐이다. 알맹이가 없는데 껍데기만 해서 뭐하나. 그러니까 도에서도 뒤로 미뤘다. 진주 두 사업 모두 장기과제로 결정됐다. 김해, 함안이 추진하는 사업은 단기이다. 올해 바로 시작한다. 장기사업의 시행 시기는 2023년이다. 장기란 사실 할 지 안할 지 모르는 사업이다.”

다른 자치단체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며칠 전 의령군 부군수가 만나자고 해서 의령으로 갔다. 의령군이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에 의뢰해서 유곡 고분을 정밀 분포 조사하는 용역을 시작했다. 고분 유적지 규모도 컸다. 무엇보다 의령군의 의지가 확고했다. 조사를 통해 가야문화를 복원 정비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경상남도 단기 사업으로 결정됐다. 군세 약한 의령군에서도 앞으로 십년인지 이십년인지 진행될 가야사 복원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작 의령보다 덩치 큰 진주시, 특히나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 자칭하는 진주시는 가야사 사업에 이렇게 소극적으로 앉아만 있다. 객관적인 자료에서 가야 유적이 함안 빼놓고 두 번째로 많은 도시에서 말이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의령군이라든지 산청군이라든지 이 지역 단체장들은 왜 적극적으로 가야사 사업에 나서겠는가. 가야사 복원 사업 역시 당장은 국가에서 예산이 내려와도 자치단체는 대응자금으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 진주시의 지금까지의 문화정책 추진 행태를 봤을 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을까. 이럴 때 보면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가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바로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겠나. 이건 의식의 차이이다. 지역주민들에 대한 단체장들의 마음에서 오는 차이이다. 기본적으로 문화행정에 대한 생각이 대국민 서비스 사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투자효과만 따지는 그런 개발시대 마인드 가지고는 가야사든 문화 발전이든 요원하다고 본다.”

문화행정은 어때야 하나요

“가야사 복원을 보자. 가야사 고분 발굴하면 그게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품이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계속 발굴비가 들어간다. 나무 베어서 복원 정비 계속 해야 한다. 최종에 남는 것은 복원한 역사 현장을 사람들이 가서 보고 ‘이런 게 있었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다. 돈을 몇 억씩을 들였는데 돌아오는 돈은 없는 것이다. 그게 문화다. 문화행정은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 일 년 적자가 3000억이다. 적자 논리로 따지면 국립박물관 그거 벌써 폐쇄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가나 국회에서 예산을 계속 넣는 것은 역사, 문화가 바로 대국민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무형의 자산을 창출해서 국민들이 풍부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입장에서는 투자이다. 문화는 이런 거다. 국립진주박물관도 무료입장이다. 저 큰 건물, 많은 인원 관리하고 유지하려면 상당히 적자이다. 정부에서 무료로 관람시키고 끊임없이 돈 들여 가지고 특별전 같은 거 하는 이유는 문화는 대국민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문화행정은 바로 그런 부분이다.”

가야사 복원이 왜 중요한가요

"고분 유적 같은 경우는 대부분 생활과 관계된 유물들이 나온다. 이런 유물을 찾는 자체가 역사 복원이다. 진주시는 고고학적으로 봤을 때 자타국, 졸마국, 즉 가야의 소국이 있다는 것 외에 밝혀진 것이 없다. 다시 말해 나라가 어떤 과정으로 성립되었고, 어떻게 발전이 되었고, 그들의 영역은 어느 정도였는지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가야는 역사 기록이 없다. 역사 복원은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하는데 가야는 일찍 멸망했기 때문에 남겨진 역사 기록이 없다. 기록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방법은 남겨진 물질적 자료를 가지고 추정하는 것이다. 이게 고고학이다. 고고학적 조사를 해서 유물을 찾는 것 자체가 역사를 찾는 것이다. 이런 과정과 고찰의 결과가 진주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가야사 복원에 적극적입니다

"고구려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관여하기에 한계가 있다. 신라야 유네스코 등재도 되었고, 정부가 예전부터 3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월성 발굴 등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백제도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공주, 부여, 익산 지역 중심으로 역사문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고 나니 한반도에 두 개가 남는다. 하나는 바로 가야, 그리고 하나는 영산강 유역의 마한이라는 곳이 남는다. 다음에 언젠가는 영산강 유역 마한의 역사도 조명될 것이다. 그러니까 가야 차례인거다. 가야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네스코 등재 운동을 해왔다. 대통령께서 이야기 한 부분은 이런 거다. 신라, 백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됐다. 가야는 잊힐 역사는 아니다. 가야가 영남에 있는 줄 알았는데 호남 동부에도 있더라. 가야사 복원을 통해 영호남 화합을 실질적으로 이루자. 그래서 100대 국정과제에도 넣은 것이다. 대체적으로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가야사 연구가 자칫 정부 주도로 흐를 경우 생기는 우려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내가 맡고 있는 경상남도 가야사 민간자문단 역할이 중요하다."

진주시에게도 '가야사 복원'의 열쇠가 있나요

"지금이라도 당장 (가야사 관련 논의를) 시작부터 해야 한다. 진주시가 조금 늦었지만 구체적으로 (가야 유적을) 다시 파악해 보겠다고 도에 요청해야 한다. 가야사 관련 과정도 체크해 보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진주시장 중심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 가야문화권 시군협의회에도 참여해야 한다. 최근 자치단체 한 곳이 가입해서 22곳이 되었다. 시군협의회에서 진주가 서부경남의 중추도시로서 가야사 관련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기본은 그렇다. 이 가야사 복원 사업은 일선 자치단체 담당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동력을 잃고 할 수 없는 사업이다. 내가 연구한 100여개 넘는 유적, 적어도 도에서 발표한 56개 가야유적이 진주에 어떻게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진주 초기 가야 역사를 밝히기 위해서 필요한 중요 유적을 선정해야한다. 화급을 다투는 중요 유적은 서둘러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유적들은 중기, 장기 이런 식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계획을 추진해야 된다. 체계적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치밀하게 검토해서 체계적으로 조사를 하면 많은 것들 밝힐 수 있다. 그 자체가 진주지역의 초기 역사를 밝히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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