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진주시가 역할 제대로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100대 과제에 가야사 복원 포함

경상남도 가야사 복원T/F 설치, 민간자문단 17명 구성

가야유적 전국에서 함안 다음으로 진주가 많아

22개 자치단체장이 참여한 가야문화권 협의회에서 진주시는 빠져

진주시 “가야문화권에 진주는 특별한 것이 없다”

중앙정부와 경상남도가 ‘가야사(史) 복원’ 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진주시는 "(가야사와) 특별한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사(史) 복원사업’을 포함하고 최근 문화재청을 통해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가야 문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한다. 경상남도는 지난 7월 전국에서 최초로 가야사 복원 T/F를 설치했고, 현재 전문가 등으로 17명의 민간자문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이 달 안에 '경남 가야사 종합계획(로드맵)'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각 시군의 가야사 복원 추진과제들을 하나씩 점검하고 있다.

진주시는 가야사와 무관한 지역일까

경남도청 문화예술과 자료에 따르면 가야 유적은 전국에 665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함안군의 90개 다음으로 많은 56개의 유적이 진주시에 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가야 유적이 많은 지역이 진주시인 것이다.

▲ 경남도청 자료. 전국에서 함안군 다음으로 진주시에 '가야유적'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경남 가야사 민간자문단 위원장이자 국내 가야사 연구 전문가인 조영제 경상대 사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파악한 (진주 가야 유적) 수치는 더 많다”며 “100 군데가 넘는 가야 유적이 진주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 연구나 도에서 발표한 자료의 공통점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진주지역에 가야 유적이 많다는 것” 이라며 “진주가 가야사복원사업에 하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헌사학계에서 가야의 여러 작은 나라를 지칭하는 자타국, 졸마국이 진주에 있었다는 게 공통된 학설”이라며 “이름은 특정할 수 없으나 가야시대에 조그만 정치체의 나라가 진주에 있었던 건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좌동 고분군, 옥봉 고분군 외에도 사봉, 진성 이런 곳에 많은 가야 유적들이 있다”며 “고고학적 증거가 진주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왕따’가 되고 싶은 진주시

현재 영·호남 자치단체장 22명이 참여하는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 협의회’에 진주시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협의회는 가야문화라는 공통적 역사 인식을 공유하는 시·군들이 모여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진주 인근 자치단체인 산청군, 의령군, 함안군, 하동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남 순천시, 광양시 전북 남원시, 장수군 등 전라도 지역과 고령군, 상주시 등 경북의 자치단체도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학술 연구, 공청회 개최, 공동사업 추진 등 가야사 관련 주요 안건들을 공론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국회에서는 ‘가야문화권 지역 발전을 위한 포럼’이 구성돼 있다. 국회의원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도 진주의 국회의원인 박대출 의원과 김재경 의원은 빠져 있다. 모 의원실 비서관은 “진주시가 가야사를 검토한 결과 (진주와) 관련이 없다고 한다”며 “우리(의원실)가 진주시에 다시 검토해 보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정치 논리를 떠나 지역에 도움이 된다면 옹졸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며 “자치단체와 협의를 하겠지만 진주시는 별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진주시와 진주시에 지역구를 둔 의원까지 가야사에 관한 논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진주시는 “산청하고 하동하고 (협의회를) 한다 해서 진주가 꼭 해야 하는 법은 없다”며 “진주는 아무래도 가야문화권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참여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주는 (가야와 관련해서) 특별한 것이 없다. 가야사 관련해서 자꾸 묻지 말고 도에 문의를 하라”며 답변을 피했다.

진주시가 답답한 경상남도 가야사 복원 T/F

경남도청 가야사 복원 T/F 담당자는 “도에서는 경남 전체 시군을 대상으로 가야사 과제를 발굴했다. 진주시만 배제했다든지 그런 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주시가 적극적으로 가야사 일을 추진한다면 도에서는 얼마든지 검토를 할 것"이라며 "진주시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진주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가야문화권 시장·군수 협의회에 전라북도 임실군이 11월 들어왔고, 내년에는 창원시도 가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치단체끼리 협의회를 구성하고, 경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진주시는 그런 부분을 생각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진주시에서도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며 “진주가 적극적으로 (가야사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주시가 안타깝다.

경상대 사학과 조영제 교수는 “다른 시군이 움직이는 것에 비해 (진주시는) 너무나 판이한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며 “앞으로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격차는 더 벌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야사 복원 사업은 시 담당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동력을 잃어서 추진하기 힘든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진주시가 지금이라도 가야사 관련 사안을 점검해 보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진주시장이 중심이 되어 경상남도에 강력하게 사업추진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 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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