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책 없어. 이것도 못 하면 저승 가야지"

겨울이 돌아왔다. 풍족한 사람들이야 겨울 추위는 걱정할 일도 아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벌써부터 겨울을 어떻게 버텨내야 할 지 고민이다. 특히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40%를 상회한다. 추운 겨울을 감내해야 할 노인들, 그 가운데 하루를 버티기 위해 추운 거리를 전전하고 있는 폐지 줍는 노인을 찾아가 봤다. 봉래동에 거주 중인 김창진(68) 씨다. 인터뷰는 진주고등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진행됐다.  

▲ 김창진 씨(68)

Q. 요즘 노인 분들이 폐지를 많이 줍고 계신데, 소득은 얼마나 되세요?

A. 원래 나는 미장이를 했지. 요샌 일이 없어. 그래서 폐지를 줍는데, 박스 1kg에 120원이야. 모아놓으면 차가 와. 소득은 많을 때 한 달 50만원 정도 돼.

Q. 한달에 50만원요? 그럼 일을 많이 하시겠네요?

A. 일 안 해, 없어. 모아 놓은 거 끌어다 오지. 모아놓은 거 청소해 주는 식으로.

Q. 모아놓은 거라는 말씀이?

A. 여기 가게도 모아 주거든(분식집), 이거 말고도 진주고등학교 축구부, 학교 급식실, 의곡사 절 같은 데. 거기서 받아오지. 직접 다니는 건 얼마 안 돼.

Q. 보통 돌아다니면서 줍는 분들이 많던데요?

A. 난 돌아다니지는 않아. 처음에야 많이 돌아 다녔지. 새벽 2시까지 돌아다니고 그랬다고. 지금은 차가 와서 실어 가, 내가 모아두면. 한 3년 됐어. 1914년도, 아니 2014년도 쯤.

Q. 돌아다니실 때보다 지금이 낫습니까. 어때요?

A. 지금이 못 하지. 수입은 돌아다닐 때가 많아. 내가 올해 68살인데 힘들어서 돌아다니지는 못해.

Q. 차가 오는 것과 안 오는 것 차이가 있나요?

A. 차이가 있지. kg당 10원 정도, 그러니까 할매(할머니)들은 지금도 그 돈 아낄려고 직접 끌고 다닌다고, 저 상봉서동 폐품 수집하는 데 까지. 힘들어.

Q. 폐품 받는 업체, 상봉서동에 있다는 곳은 공공기관이 아니죠? 그 사람들은 폐품 받아서 어떻게 해요?

A. 아니지. 개인업자지. 그 사람들도 폐품 모아다가 도동(현 하대동, 상대동, 초전동, 상평동) 제지공장 보내는 거라. 신무림제지 저런 데. 그러면 저거(개인업자)는 더 받아. 많이 받아 무(먹어).

▲ 김창진 씨(68)가 사용하는 리어카

Q. 노령연금 받으시겠네요?

A. 응 받지. 한 달에 20만5천60원.

Q. 그럼 폐지 모아 버시는 돈 50만원이랑 보태면 생활유지는 되시겠네요?

A. 노령연금 나오니 생활유지는 되는데, 풍족하지는 않지. 달세 사는데 한 달에 18만원 내거든. 미장이할 땐 돈 많이 벌었는데 술도 좋아하고 공사도 잘못해서 돈을 많이 까먹었지(잃었지). 요새는 술 안 먹어. 암튼 노령연금 나오니 달세는 돼. 전화요금내고, 밥은 먹고 살지 뭐..

Q. 이 동네만 해도 폐지 줍는 분들이 많은데, 서로 경쟁이 과열되거나 하지는 않나요?

A. 경쟁 있지. 동작 느리면 못 주워. 그래도 다툼은 없어, 서로 도와주지. 다들 고생이잖아. 잘 지내기라도 해야지

Q. 서로 도와준다고 해도 먼저 폐지를 모을려고 일찍 나서시긴 하겠네요?

A. 하모(그럼), 그런 건 있지. 그런 게 없겠나.

Q. 재활용품을 처리해주시는 고마운 일을 하시는데, 국가든 도든 시든 지원받는 게 있나요?

A. 지원해주면 좋지만, 그렇게 해 주나. 안 해 주지. 나는 그리 해 주면 참 좋지. 받는 건 노령연금 밖에 없어. 그 뿐이라.

Q. 쓰레기나 재활용 처리하는 공무원이 있는데, 폐지 줍는 분들을 공무원으로 채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하세요?

A. 나는 시든 국가든 우리 폐지 줍는 사람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지. 한 달에 단돈 얼마라도.

Q. 도와주면 어떤 형태로?

A. 금전적 지원이지. 세금 같은 거. 이 사람아, 나도 주민세를 만원 내. 소득세는 안 낸다만. 그런 거(주민세)는 혜택 줘도 안 되나. 보조금 같은 거 주면 더 좋고 뭐. 돈 많은 사람도 주민세 만 원, 고물쟁이도 주민세 만 원, 이건 좀 아니지.

Q. 특별히 힘든 계절은 없으세요?

A. 다 힘들지. 여름이든 겨울이든, 겨울에는 난방비 좀 드는데, 아끼고 사니까 마이너스는 안 돼. 술도 잘 안 먹잖아.

Q. 보험은 넣으세요? 연세가 있으셔서 건강보험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A. 안 넣어. 참 건강보험은 넣지. 시에서 대신 넣어주더라고, 소득이 적다고 그러는지. 올해부터 아무튼 건강보험은 들어가고 있어. 그게 거의 유일한 혜택이지.

Q. 폐지 줍는 건 언제까지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A. 힘 닿는 데까지 해야지. 75세까지는 해야지. 놀면 뭐해. 누가 돈 주는 사람도 없는데.

Q. 노후가 불안하시겠어요?

A. 골치지. 노후대책이 없지. 그 때는 뭐 저승으로 가는 거지 별 거 있나. (웃음)

Q. 예산권이 있는 사람들, 중앙정부나 도나 시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한 달에 10만원이든 얼마든 도움 좀 주면 좋겠다 그거지 뭐. 우리가 청소도 해주고 하는 거 아냐. 도시 깨끗하게.

▲ 폐지, 재활용품이 김창진 씨(68)의 집 앞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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