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80㎏ 12만 원대 폭락…농민, 수입 중단·재고미 처리를"

벼농사를 짓는 이들의 삶이 그 어느 해보다 팍팍하다. 문제의 중심엔 쌀값 폭락이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밝힌 2016년 햅쌀 가격(80㎏ 기준)은 12만 9628원. 햅쌀 가격이 13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1년 만이다.

고성군농민회 이태영회장 "쌀값 폭락 원인으로 무분별한 밥쌀 수입과 정부의 쌀 재고관리 실패때문"

27년째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자 고성군농민회장인 이태영(57) 씨를 농업인의 날(11월 11일)을 앞두고 만났다. 이 회장은 쌀값 폭락 원인으로 무분별한 밥쌀 수입과 정부의 쌀 재고관리 실패를 꼽았다. 다음은 이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 4일 이태영 고성군농민회장이 수확이 한창인 들녘에서 나락을 살펴보고 있다.

- 올해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우선지급금이 속속 정해지고 있다. 현재 산지 쌀값이 어떤가.

"지난해 4만 3000원이던 벼 40㎏ 한 포대 가격이 3만 3000원 수준이다. 한 해 사이 1만 원 정도 떨어졌다. 생산비 보전도 힘들다. 쌀값이 20년 전으로 돌아간 건데, 물가가 지금처럼 오른 상황에서 회사원이 20년 전 월급으로 살 수 있겠는가. 그만큼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농협은 소비가 줄었다고 강조하면서 우선지급금을 계속 낮춰 책정한다. 이 가격에 팔면 손해라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쌀을 가지고 있는다고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 쌀값 폭락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의 쌀 재고관리 실패다. 한 해 저가 수입 쌀이 5% 저율 관세로 41만t씩 의무적으로 들어온다. 당연히 재고가 쌓인다. 올해 재고미가 175만t이다. 이 가운데 수입 쌀이 46만t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쌀값 폭락 원인이 풍년 농사 때문이라 말한다. 어이가 없다."

- 정부가 내놓은 쌀 수급 안정대책 문제점은.

"정부가 쌀값을 안정화시킨다며 내놓은 대책이 농업진흥지역 추가 해제다. 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는 농촌지역 땅값만 상승시킬 게 뻔하다. 게다가 농민에게 농사 짓지 말고 다 떠나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시장 격리 물량과 직불금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이 많지 않은가.

"지금까지 직불금·경영안정지원자금 등 보조금 때문에 농가가 버텨온 부분이 있다. 쌀값 하락으로 발생한 손실을 어느 정도 충당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쌀값이 계속 떨어진다면 보조금에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 막대한 국고를 계속 투입할 수 없지 않은가."

- 그렇다면 대책이 있을까.

"우선 최저단가제가 필요하다. 하한선을 정해 쌀값을 보장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재고미를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전 세계에 굶어죽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쌀을 창고에 쌓아만 둘 게 아니다. 재고조정 효과도 물론 얻을 수 있다. 쌀 자조금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농민들은 쌀값이 떨어져 죽겠다는데 소비자들이 사는 쌀 가격은 별로 낮아진 게 없다. 유통마진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아무리 쌀 소비가 줄었다고 해도 우리 국민 주식은 쌀이다. 쌀이 흔들리면 농업이 흔들리고, 농업이 흔들리면 산업이 흔들린다.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다각도로 쌀값 안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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