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학생, 수험생, 직장인들에게 있어 식사와 관련된 키워드는 ‘신속’과 ‘저렴’이 아닐까한다. 1인 가정으로 사회가 변화되면서 나타난 이런 변화와 맞물려 최근 컵밥집이 유행하게 됐다. 많이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치는 곳이지만 정작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노동실태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밥 짓는 청춘’의 노동실태는 어떠했을까.

▲ 정민 씨,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기획- 청년 민낯탐방 2] 

“일하고 나면 진주에서는 다시는 일하기 싫단 생각만 들죠.”
-컵밥집에서 일한 대학생 정민 씨의 이야기

현재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민(가명) 씨는 대학 근처 컵밥집에서 최근까지 약 7개월간 일을 했다. 학교 바로 근처에, 정해진 시간 없이 유동적인 근무조건이 마음에 들어 이 일을 시작한 정민 씨는 강의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일주일에 3회, 시간으로는 20시간 내외의 일을 했다.

“컵밥 제조를 했구요, 부재료 채우기, 소스, 청량고추 손질, 소세지 자르기를 했구요. 알바생이 할 수 있는 일이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밥을 퍼고, 컵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일이 있었고, 하나는 다 된 밥에 토핑을 하는 두 가지로 되어 있었구요. 사장님이 거의 철판을 맡으셨고, 가끔 제가 사장님 대신해서 철판을 맡을 때가 있었어요.”

주로 오픈시간을 주로 담당한 정민 씨는 10시에 출근해 가게 앞에 파라솔과 의자 등을 세팅하는 것부터 일이 시작해 사장과 두세 명의 알바생이 함께 일을 하는 구조였다. 컵밥집의 특성상 식사시간은 보통의 식사시간에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는 늦게 먹었다. 그리고 식사시간에 집중적으로 사람이 몰려오는 곳인 탓에 사람들이 왔다 가면 정말 피하고 체력소모가 많이 됐고, 학교에서 행사기간 때면 300~400개 이상의 주문이 오기도 했다.

“암묵적으로 나뉜 레벨이 있는데 신참은 포스기 주문 받고, 토핑만 담당하고, 거기서 좀 더 잘하거나 일한 시간이 오래됐으면 밥과 김치를 담는 걸 하고, 거기서 더 숙련됐으면 철판 맡는 것까지 시켜요. 거의 삼단계 정도로 나눠져 있고, 시급도 달라요.
신참은 최저시급 6030원이구요, 2단계는 6300원, 3단계는 6500원이고, 저는 3단계 일을 조금 했어도, 6300원을 받았죠.”

정민 씨는 가끔 사장 대신에 철판을 맡기도 했지만 6300원을 받았다. 하지만 소심해 을의 입장에서 차마 6500원을 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래도 학생 손님이 제일 친절해요. 이전에 아저씨들이나 일반 성인들이 오는 곳에서 일할 땐 인격모독적인 수모를 많이 겪었거든요. 근데 여긴 셀프서비스고, 자기 친구들이 일하는데 딱히 그런 건 없었어요. 근데 바쁜 시간이면 사장님이 재촉을 심하게 하시거든요.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밥이 빨리 안 나온다든지, 양이 어떻다든지, 눈대중으로 하니까 개량이 어렵거든요. 그걸 지적하는 편이고, 사장님 기분에 맞춰줘야 하는 것도 있어요.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주방이 너무 작아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제가 체구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자꾸 부딪혀서 무릎이나 이런 데 멍도 많이 들었거든요. 저 말고 다른 친구들도 멍들고 이런 경우가 많았어요. 게다가 주방도 작은데 열을 많이 써서 엄청 더웠어요. 에어컨도 안 나오거든요. 손님들 앉는 곳에는 있는데 주방에는 없어요.”

그럼에도 학교 주변의 다른 사업장인 편의점 및 서비스업종에 비하면 고용주의 인격적인 대우나 임금이 괜찮은 편이었다고 정민 씨는 이야기한다. 그나마 진주에서 해왔던 일들 중에 가장 인격모독과 스트레스가 적었고 윗사람에게 아부를 덜하게 되어 좋았다고 한다. 근무시간이나 임금 외에도 같이 일한 사람들이 모두 여성들이었던 것이 컸다고 이야기한다.

“한 번 일을 하고 나면 진주에서는 정말 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진주는 대학가보다 비대학가가 더 힘든 것 같아요. 아저씨들 성희롱도 장난 아니고요. 고기집에서 술 따르라 하는 게 제일 싫었고, 나이 어리면 말부터 놓거나 이런 것들도요. 전에는 매니저가 몸무게 이야기나 여성으로서 매력이 없단 이야기도 했었어요.”
정민 씨는 내년 대학원 진학을 위해 요즘 허리를 졸라매며 생활하고 있었다. 일과 학업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으로 얼마가 필요할까?

“최저임금은 만원보다 더 돼야 해요. 다른 국가에 여행을 해보면서 인건비에 비해서 생활할 수 있는 물가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우리나라에선 최저임금으로 뭘 사먹거나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전에 제가 알바 했던 곳은 메뉴 중에 가장 저렴한 것이 제 최저시급보다 높았어요. 지금 일하면서 번 돈은 대학원 비용 축적하고 있는데, 부모님에게 용돈을 좀 받아도 부족하고, 심지어 장학금을 받고 있는데도 부족해요.”

내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결정됐지만 정민 씨의 인간다운 삶과는 시간당 최소 3530원 차이가 나고 있었다. 정민 씨는 앞으로도 진주지역에서 계속 대학원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보였다.

인터뷰를 하면서 교육의 도시로 불리는 진주지만 정작 지역에서 교육을 위한 환경조성에는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면서 살아갈 수많은 정민 씨를 위해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좀 더 많은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