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요건·불명확성 등 현 제도 문제점 지적 확산…더민주·정의당 경남도당 법개정 논의 착수 움직임

경남지역 야권을 중심으로 '주민소환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투표 청구가 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각하' 결정을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운동은 지난달 26일까지 장장 10개월 동안 이뤄졌다. 하지만 주민소환 청구 요건 27만 1032명(도내 전체 유권자 10%)에 8395명 유효 서명부가 부족해 투표가 성사되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주민소환 제도'가 지닌 근본적 제약이 크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홍 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 측은 이를 두고 "주민소환법이 아니라 주민소환을 막는 법"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이들이 문제삼는 점은 크게 △까다로운 서명 요건 △부족한 보정 기한 △보정 시 필요한 기본 자료 제공 거부 등 선관위 비협조 △선관위 자의적 해석 여지의 광범위함 등이다.

전진숙 공동대표는 "서명할 때 이름 한 글자라도 흘려 써버리면 무효처리, 생년월일 쓰라고 해서 썼더니 주민등록번호와 다르다고 무효처리, 옛날 주소 동을 쓰고 길 번호 썼다고 무효처리, 한 동밖에 없는 아파트 동수 쓰지 않았다고 무효처리….", "보정기간 15일 중 경남도선관위가 보정하라고 준 3만 5000명분 서명지를 읍·면·동별로 엑셀 분류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이러면 15일 아니라 한 달을 줘도 어렵다.", "도선관위에 유·무효 판단 내역과 근거 문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명인 전입 유효 시점을 2014년 말에서 2015년 말로 번복한 것도 선관위다. 충분히 서명받을 수 있는 사람을 그 바람에 놓쳤다. 이건 잘못됐다. 주민소환이라는 직접민주주의 취지를 살린다면 본인 의사로 서명한 것이 확인되면 유효 처리해야 한다." 등 말로 이번 홍 지사 주민소환 과정에 드러난 문제점을 꼽았다.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도 "이미 카드사용이 보편화된 상황에 사람들 사이에 '서명'은 곧 '날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면서 "그럼에도 주민소환 때는 서명을 정자(正字)로 하라는 건 국민 정서에 뒤떨어진 처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데다 제도가 명확하지 않으니 선관위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해 서명 무효를 결정하는 일이 많았다"면서 "이를 막을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관련 주민소환법과 선관위 내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명확한 주소 기재, 날인 미허용 등 주민들이 소환에 참여·서명하는 게 번거롭고 꺼리게 되는 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서명에 적극 참여하게 하고, 소환 요건(광역자치단체장은 전체 유권자의 10%) 완화, 보정 작업 시 선관위의 관련 자료 제출 의무 명문화 등 입법 취지에 맞는 개정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회찬(정의당·창원 성산) 의원실 관계자도 "운동본부 평가 후 제도개선 관련 필요성이 제기되면 국회 차원에서 적극 나선다는 기본 방침을 세운 상태"라면서 "선관위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 많은 점, 지나치게 요건을 엄격하게 해서 주민 참여를 방해하는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방향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주민소환제도 입법 목적은 지방자치 주민 직접 참여와 지방행정 민주성, 책임성 제고에 있다"면서 "먼저 주민소환 개시 요건인 해당지자체 유권자 10% 청구인 서명요건을 광역단체장에게는 일부 하향 조정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남도선관위는 35만 서명자 중 8만 명 이상을 무효판정하고 보정을 요구했는데 이는 입법 취지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입법 목적에 비춰 청구인 서명이 용이하면서도 무효 판정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주민소환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 선관위 사무처리 준칙 등 수정 가능 여부를 확인해 관련 시정 요구 노력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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