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부 가산점이 덮어 버린 진정한 리더의 조건

최근 들어 대학입시에서 정시보다 수시모집이 더 중요시되면서 공부뿐 아니라 예비 입시생들에겐 학교생활 자체도 입시 준비의 한 과정이 되고 있다. 특히 생활기록부에 예민해 질 수 밖에 없고 이것은 고3 수험생뿐 아니라 1, 2학년 학생들에게도 고민이다. 생활기록부를 꽉꽉 채우려고 애를 쓰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이런 생활기록부에는 봉사활동, 동아리활동에서 각종 교내와 교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와 대회에서의 입상 등이 주요한 기재내용이 된다. 이렇듯 대다수의 학생들이 독서, 세부특기능력사항을 중점으로 두고 있지만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생활기록부의 중요 기재사항이 있다. 바로 반장, 부반장, 학생회 간부 등이 되면 받게 되는 가산점이다.

▲ 생활기록부에는 봉사활동, 동아리활동에서 각종 교내와 교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와 대회에서의 입상 등이 주요한 기재내용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반장, 부반장을 하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학생회 간부나 그 일원이 되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학급의 반장이나 학생회는 작든 크든 한 조직의 리더이고 또한 자기희생과 봉사 정신이 기본이어야 한다. 그런 자리가 대학입시를 위한 한 줄 스펙이나 가산점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조금은 찜찜한 현실이다.

목표로 하는 대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입학전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활기록부를 애써 관리하는 학생들과 부모님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특별한 학교활동이나 특기를 찾을 수 밖에 없고 객관적인 자료로서 생활기록부등을 참고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생활기록부 가산점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학생들은 학교내 생활에서 반장이나 학생회간부등의 리더 역할을 한 기록을 대학에서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비슷한 조건이면 결국 한 줄이라도 더 나은 스펙이 있어야 한다는 불안감도 학생들에게 무조건 학생회 간부라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똑같이 반복되는 학교생활 속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른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의 반을 이끌어 보고 학교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학교 행사들을 직접 준비하고 진행도 해 보며 말 그대로 사명감으로 봉사하는 그런 리더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러나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교에서 가장 기본적인 봉사활동이자, 리더로서의 자질을 배우고 실천해가는 자리인 반장이나 학생회 활동도 생활기록부 가산점을 목적으로 대학입시에서 경쟁자와 차별적인 스펙을 위하여 거쳐야 하는 과정쯤으로 보는 인식도 커져만 간다.

뉴스에서 우리는 많은 사건, 사고들을 접한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대부분 공적인 일을 사적인 욕심으로 채워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라를 운영하는 고위공직자가, 또 법과 정의를 세우는 판사나 검사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이 자신이 서 있는 공적인 자리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모습들을 보면 화가 난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학급을 이끄는 반장이나 부반장, 학생회장과 간부는 많은 사람들의 리더이고 공적인 자리이다. 적어도 그런 자리는 사적인 욕심이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상식이었음 좋겠다. 학교에서부터 공적인 자리를 사적인 이익으로 채우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운다면 우리사회 리더의 모습이 어떠하겠는가? 

입시경쟁의 현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적어도 학교에서의 리더는 가산점을 위한 위선이 아니라 진심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한다. 학생들을 대변하고 대표하며 공적인 자리에 어울리는 그런 리더들이 많아지는 학교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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