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부산행>·<터널> 등 공감대 형성하며 관객몰이…서글픈 근현대사 담아낸 작품 '사실'환기하며 저력 보여

좀비 재난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최근 관객 수 1100만을 돌파했다. 또 다른 재난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은 관객 수 700만을 넘어서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 두 재난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흥행작이자 화제작은 황정민·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감독 이일형, 관객 수 970만)이다.

가볍디 가벼운 코미디이지만 권력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외전>은 지난해 부패한 거대 권력에 대한 통쾌한 복수와 갑들의 부당한 횡포에 공분을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한 <베테랑>(감독 류승완)과 <내부자들>(감독 우민호)과 맥을 같이했다.

<검사외전>이 단숨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올해도 '슈퍼 갑들에 대한 을들의 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는 재난 영화의 등장과 함께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물리기만 하면 수 분 내에 감염된다는 설정, 무언가를 물어뜯으려고 저돌적으로 진격해 오는 습성, 어둠에 취약하고 소리에 반응하는 감염자의 모습은 좀비 재난영화로 분류되지만 <부산행>의 방점은 다른 데 있다.

▲ 〈부산행〉

재앙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잘못된 정보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부와 언론의 안일한 태도,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괴담'으로 치부하는 모습은 현실을 관통한다.

국가적 재앙을 개개인의 사투와 희생에 맡기는 '헬조선'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 남자의 사투를 그린 하정우 주연의 <터널> 역시 구조보다 의전이 먼저인 공무원들,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없는 구조 작업, 인증샷 찍기에 바쁜 윗급들, 기록 등을 운운하며 생명을 기삿거리로 취급하는 언론 등의 모습을 통해 과장도 풍자도 아닌 작금의 대한민국을 그대로 투영한다.

▲ 〈터널〉

국가가 책임지고 방어해야 하는 것들이 무너지는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올해 개봉한 재난영화는 현실과 나란히 감상될 수밖에 없었다.

재앙의 실체는 다르지만 현실의 범주를 넘어선 초자연적 현상 속에서 피해자가 실체 불분명한 악의 근원을 찾아가는 <곡성>(감독 나홍진)은 700만에 육박하며 장르 영화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했다.

딸 효진(김환희)이 악다구니를 쓰며 아빠 종구(곽도원)에게 내뱉은 "뭣이 중헌디?"는 당연히 존중받고 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이 무너지는 세상을 향한 질문으로 다양하게 응용되며 올해 최고 유행어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역사적 사실을 환기하고 각성하는 영화 역시 올 상반기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16만 관객을 불러 모은 <동주>(감독 이준익)는 일제강점기 부끄러움을 노래했던 윤동주와 행동하고자 했던 송몽규에 관한 영화.

감독의 남다른 역사의식과 세심한 연출력은 신파적 애국심에 호소하는 여타 영화들과 차별화하며 조용한 저력을 보여줬다.

이 힘은 뒤이어 개봉한 일본군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 〈귀향〉

<귀향>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그럼에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일본군 위안부의 삶을 고발 형식으로 담아내며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이끌어 냈다.

애초 39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가 관객의 폭발적인 관심과 소문만으로 꾸준히 상영관을 늘려가며 800여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350만 관객이 함께했다.

역사 왜곡이라는 논란을 일으켰지만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역시 고종황제의 외동딸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일생을 그리며 아픈 역사를 소환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실제로 있었던 황옥 경부 사건에서 출발한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친일과 독립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탈피한 색다른 시각으로 표현해내며 흥행의 중심에 서 있다.

▲ 〈동주〉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