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매달 7차례 검침 진행 중순 땐 높은 누진제 적용

전기요금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검침일에 따라 요금과 혜택이 달라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한국전력은 고객희망검침제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도내 해당 가구는 16%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이하 한전) 검침은 7차례에 걸쳐 이뤄지는데 언제 검침을 하느냐에 따라 전기요금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 검침일은 1차 1~5일, 2차 8~10일, 3차 15~17일, 4차 18~19일, 5차 22~24일, 6차 25~26일, 7차 말일이다.

납부기한 역시 1차는 당월 25일, 2차 당월 말일, 3차 다음달 5일, 4차 다음달 10일, 5차 다음달 15일, 6차 다음달 20일, 7차 다음달 18일로 각기 다르다.

가령 여름철 월 중순에 요금이 부과되면 월 초나 말일이 검침일인 가구보다 높은 단계 누진제가 적용된다.

▲ ▲ 전기검침 모습./연합뉴스

예를 들어 3·4·5차 검침 가구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냉방기 수요가 가장 많을 때 요금이 부과돼 누진제 4~6단계 적용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용 전기는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최대 11.7배까지 차이나기 때문에 전기요금 폭탄까지 이어지는 상황도 가능하다.

반면 7월 초나 8월 말은 전기 수요가 적어 검침일이 1·2차, 6·7차인 가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요금이 부과된다.

할인 혜택도 검침일에 따라 차이가 난다. 한전은 홈페이지에 '하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를 게재했다.

올해 7~9월 전기요금을 일시 할인해준다는 것인데, 검침일이 15일 이후면 7~9월분 전기요금이 할인되지만 12일 전이면 8~10월분이 할인된다.

예컨대 월 초나 말일이 검침일이라면 7월 1~31일, 8월 1~31일, 9월 1~30일 사용분을 온전히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검침일이 12일인 가구는 적용 기간이 7월 12일~ 10월 11일로 초여름인 7월 초 사용분을 할인받을 수 없다. 또 검침일이 15일인 경우 적용기간이 6월 15일~9월 14일로 9월 중하순 사용분은 혜택 받을 수 없다.

복불복 혜택 지적에 한전은 소비자가 직접 검침일을 선택할 수 있는 '고객희망검침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고객희망검침제'는 한전 원격검침시스템(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일명 스마트 계량기가 설치된 일부 가구에만 적용된다.

스마트 계량기는 한전 가입자 2300만 가구 중 10%에 해당하는 230만 가구만 설치돼 있다. 도내에는 92만 가구 중 15만 가구에만 설치돼 있다.

이에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은 "국민 90%의 입막음을 위한 10%만의 선별적 혜택"이라며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대안을 내놨다'는 실적에 급급해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전력 경남본부는 "2020년까지 전 가구에 스마트 계량기 도입을 목표로 내년에 23만 가구 정도 추가할 계획"이라며 "매년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누가 더 혜택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지 명확하지 않아 시민들이 우려하는 만큼 큰 불이익은 없을 것이다. 3~4년 후 스마트 계량기가 전 가구에 보급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밝혔다.

한전의 이러한 견해는 급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창원시민 박모(45) 씨는 "3~4년 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한전 경남본부의 태도는 지금 당장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도내 각 가정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공기업 태도 치고는 참 실망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은 '고객희망검침제'와 함께 7~9월 전기 요금이 6월보다 10만 원 이상 오르면 3개월 분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역시 근본적인 누진제 개편 논의가 빠진 한시적 미봉책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