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구석구석] 진주 혁신도시 하얀울공원

몸이 파김치처럼 축축 처지는 날. 문득 궁금했던 그곳을 찾아가고 싶었다. 힘을 채워보고 싶었다. 남해고속도로 동진주(문산) 나들목과 문산휴게소 뒤편 언덕을 내달리는 하얀 말들이 내게 힘을 전해줄 듯싶었다. 달리고 싶었다.

경상남도 진주시 혁신도시 충무공동사무소 주차장에 들어서자 방긋 웃는 논개 캐릭터 아래에는 큰 칼 왼손에 꽉 쥐고 오른손으로 전투를 지휘하는 충무공 김시민 장군의 유등이 먼저 반긴다. 

주차장 뒤편으로 걸어가면 산양을 닮은 조형물이 작은 언덕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양새가 눈에 들어오는 하얀울 공원이 나온다.

▲ 산양을 닮은 조형물이 작은 언덕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양새가 눈에 들어온다.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란 무늬가 아름다운 사사가 목재 산책로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산책로 아래에는 노란 테두리 사이로 붉은색이 아름다운 기생초가 피었다. 옆으로는 좀작살나무의 연분홍빛 꽃이 드문드문 피었다. 좀작살과 기생초, 금목서, 화살나무의 마중을 받으며 천천히 지그재그 산책로에 올랐다.

산책로 한편에 목이 꺾인 달맞이꽃이 보인다. 오가는 사람 사이로 목을 길게 드리워 지나가는 사람이 걲은 모양이다. 목이 꺾였지만 달맞이꽃은 노란 꽃 피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처럼 하늘에 맞닿은 지그재그 산책로 입구에는 갈색과 하얀 산양 조형물이 힘겨루기라도 할 요량인지 뿔을 앞세우고 지나가는 내게는 관심조차 없다.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왼편으로는 역동적인 혁신도시는 아직 땅 파고 건물 들어서는 공사 장비 소리가 들리고 오른편으로 남해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들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함께한다.

 

▲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처럼 하늘에 맞닿은 지그재그 산책로 입구에는 갈색과 하얀 산양 조형물이 힘겨루기라도 할 요량인지 뿔을 앞세우고 지나가는 내게는 관심조차 없다.

 

지그재그 산책로 입구에는 갈색과 하얀 산양 조형물이 힘겨루기라도 할 요량인지 뿔을 앞세우고 지나가는 내게는 관심조차 없다. 천국으로 올라가는 길처럼 하늘에 맞닿은 산책로 사이로 비탈진 길에 검고, 하얗고 노란 말들이 내달린다.

목재 계단이 끝나고 흙이 나오는 산책로 혁신도시 쪽 비탈진 길에는 검거나 노리거나 흰 산양들이 아래와 달리 한가로이 풀을 뜯는데 살며시 웃는 모양새가 반갑다.

 

▲ 정상이 다가오자 하얀 말 조형물들이 나와 경주하듯 내달린다.

 

산책로를 돌아 걸어온 길을 보자 멀리 LH공사 건물을 비롯해 혁신도시 아파트와 공공기관 건물들이 보인다. 그늘은 없지만 둘러보는 재미에 연신 흐르는 땀도 참 닦는 수고로움도 있었다. 저 아래 하얀 말 조형물은 나보다 더 더운지 갈색 녹슨 땀방울을 머리와 눈가에서 흘리고 있다.

정상이 다가오자 하얀 말 조형물들이 나와 경주하듯 내달린다. 저기 검은 말과 붉은 말도 경주 시합을 하는지 한껏 달린다. 산책로 난간을 뒤덮은 덤불 사이로 선 분홍빛 끈끈이대나물이 요기 보란 듯 얼굴을 내민다. 난간에 기대어 고속도로 문산휴게소에 들고 나는 차들을 바라보는 사이 하늘은 드문드문 물방울을 떨군다.

 

▲ 야외용 테이블이 놓인 이곳에서 밤에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 불빛과 밤을 잊은 도시의 불빛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저 아래 오늘도 힘차게 움직이는 차들에게 힘을 얻는다.

 

공원입구에서 0.6km가량 올라오자 정상이다. 정상에는 나무 그늘이 있다. 긴 의자가 있다. 야외용 테이블이 놓인 이곳에서 밤에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량 불빛과 밤을 잊은 도시의 불빛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저 아래 오늘도 힘차게 움직이는 차들에게 힘을 얻는다.

 

▲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해 고속도로를 힘껏 내달리는 차들과 비탈진 언덕을 박차 하늘로 올라가는 말들의 조형물이 나에게 에너지 가득 채워준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탈출해 고속도로를 힘껏 내달리는 차들과 비탈진 언덕을 박차 하늘로 올라가는 말들의 조형물이 나에게 에너지 가득 채워준다. 무더운 햇살이 구름 속에 멈추고 바람이 머물다 간다.

▲ 공원을 돌아 입구로 가는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이 걸음 가볍게 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편안하게 걸었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혁신도시 배수지가 있고 그 아래에 체육공원이 나오지만 왔던 길로 다시 내려 갔다. 야트막한 공원이지만 발아래 풍광은 힘이 넘친다. 올라갈 때처럼 내려갈 때도 천천히 내려왔다. 공원을 돌아 입구로 가는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이 걸음 가볍게 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편안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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