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구석구석] 함양 상림공원

한창 더위로 숨이 턱턱 막힌다.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일하는 나를 위해 떠났다. 쉬고 싶을 때는 숲으로 간다. 흐르는 물살에 발 담그고 있노라면 어느덧 초록빛이 친구처럼 찾아드는 곳을 찾아 8월 4일 경남 함양 상림공원으로 길을 떠났다.

상림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냉커피를 샀다. 마치 소풍 나온 아이처럼 설레며 상림의 초록빛 가득한 숲으로 들어갔다. 

 

▲ 함양 상림공원을 흐르는 실개천에 발 담그고 먹는 점심.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해 이달 2일까지 열린 ‘함양산삼축제’의 흔적의 공원 입구부터 가득했다. 여기저기 행사장을 정리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많다.

 

▲ 함양 상림공원은 선비들의 피서법이었다는 ‘탁족’을 따라하기 좋다.

 

상림 안을 흘러가는 실개천이 ‘조올졸조올졸’ 내는 소리가 정겹다. 실개천 사이사이에 발 담글 수 있는 긴 의자가 놓여 있다. 샌들을 벗고 실개천 안으로 들어가자 정강이 사이로 시원한 물이 흐른다. 선비들의 피서법이었다는 ‘탁족’을 흉내 내듯 의자에 앉았다.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고 이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먼저 씻어준다.

 

▲ 탁족하는 사이 마음도 더위도 씻어내려 간다.

 

도시락 뚜껑을 먼저 열고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 초록 잎 사이로 햇살이 드문드문 내린다. 머리 위로 초록 물이 뚝뚝 떨어질 듯 맑고 푸르다. 초록 하늘을 벗 삼아 함께 이른 점심을 먹었다. 가져온 냉커피를 마셨다.

 

▲ 함양 상림공원에는 초록별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바람이 불자 바람결 하나 남김없이 품은 숲은 초록으로 일렁인다. 마음도 더위도 씻어내려 간다. 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실개천을 나와 숲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초록별들이 햇빛에 반짝인다. 그 아래 나뭇가지에 바람 일렁거리는 대로 온몸을 맡겨 살랑거리는 빨간 잠자리가 보인다.

▲ 함양 상림공원

햇빛이 드는 자리는 없다. 초록 나뭇잎들이 층층이 막아 그늘을 만들어 숲을 거니는 내게 양산이 되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꽃처럼 피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중년의 일행이 아이처럼 해맑다. 마침 노래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구절에서는 앞뒤로 걷던 두 여인이 서로 마주 보며 ‘딱’ 손을 마주친다.

 

▲ 함양 상림공원에서 만난 발 아래 도토리 세 개는 삼 형제처럼 정겹다.

 

잠시 잊었던 매미 소리가 다시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울린다. 하늘에서 ‘뚜욱’ 하는 소리를 내며 묵은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발아래에는 도토리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사람들이 밟아 땅에 꾹 눌려 들어간 녀석도 있고 껍질이 완전히 부서진 채 뒹구는 것도 있다. 저기 나무 밑동 옆에는 파란 도토리 세 개가 삼 형제처럼 정겹다.

 

▲ 함양 상림공원은 숲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거니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숲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거니는 즐거움이 끝나자 숲 옆 연꽃밭으로 걸었다. 햇살이 뜨거웠는지 연꽃 하나가 그늘에서 맑은 향내를 낸다. 느긋하게 연꽃 구경하며 걷다가 여기저기 쉴 곳 많은 상림에서 어느 넓적한 바위에 앉았다. 유모차에 아이 태워 거니는 젊은 부부가 내 앞을 지난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여유롭게 거니는 사람들 구경하기 좋다.

 

▲ 함양 상림공원 옆 연꽃밭에는 연꽃이 환하게 피었다. 맑은 향내를 낸다.

 

다볕당 한쪽에서는 이몽룡 성춘양 만난 단옷날 그네타기처럼 그네 타는 젊은 무리의 왁자지껄 웃는 소리가 한가득이다. 근처 약수를 들이마셨다. 온몸이 시원하다.

무더위가 한창이다. 몸과 마음이 지질대로 지칠 때다. 상림 숲에서 무더운 여름에 잃어버린 기운을 되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여름 한 철, 상림의 초록 바다에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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