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공멸인데 사드 필요하다는 정부…반대 목소리에 '불순세력·종북몰이'만

국방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 국회에 출석한 경제부총리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묻는 야당의원의 물음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며 그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한다.

어이가 없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 가무잡잡한 남자는 대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일까.' 호언장담한 것과 달리 중국이 미쳐 날뛴다면 가만히 사표를 내면 된다는 뜻일까. 중국에 기대 먹고사는 이 나라 경제가 '절단나는' 것과 제 잘난 벼슬을 저울에 달면 저울대가 평평해진다고 느껴, 그 벼슬을 던짐으로써 사태는 수습된다는 깜냥일까.

▲ 홍창신 / 칼럼니스트

'성주'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 땅의 참외 맛이 좋다는 것이 모두였다. 뒤져보니 인구 5만이 채 안 되는 아담한 동네다. 박 씨 대통령의 조상들 묘가 주르르 있으며 지난 대선에 박근혜를 찍은 이가 86%에 달하는 여당의 만년 표밭이더라. 그래서 만만히 본 걸까. 사드 배치 후보지로 칠곡·양산·원주·사천 등을 들먹이며 종횡으로 연막을 치다가 막판에 덜컥 '성주'를 지목한 까닭이. 이 별안간의 손가락질에 고분고분하던 소읍이 들끓었다. 동태를 살피느라 달려간 '마이크'에다 대고 주민인 중년 여성은 "입을 잡아 째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사드의 성주 배치를 기정사실로 하고 성주 군민을 "달래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 나라 '테레비'에다 내뱉는 서슬 퍼런 일갈이다. 노인들은 경로당에 걸린 대통령 초상을 끌어내 팽개치고 군청 앞마당에서 촛불을 든다.

염천에 벌어지는 이 사드 소동을 보며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것은 그간 정부가 보여준 지리멸렬한 일관성이나 전자파의 수치 따위가 아니라 그 '사드'라는 물건의 효용성이다. 우리 국방부가 밝히길 북한은 이미 남쪽을 향해 1000여 발의 스커드 및 노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나는 미사일 1000기가 갖는 파괴력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 프로판가스통 하나가 터졌을 때의 소동은 익히 봐왔다. 여차여차하여 그 폭탄이 서울 상공에 한발이라도 떨어지면 그 아수라장을 가스통에 비하겠나. 너 죽고 나 죽자는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느 쪽의 화력이 더 나으며 못하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죽고 죽이는 공멸의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고고고도 높은 곳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몇 발을 격추하는 것이 대체 무슨 대수겠는가. 북으로부터 날아올 핵폭탄을 막기 위해 사드를 도입한다는 정부 논리의 허접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날아오면 그게 무엇이건 전쟁의 시작이고 그날로 공멸이다. 또다시 우리끼리 죽고 죽일 뿐 '미·일·중·러'는 개평이나 뜯는 구경꾼일 뿐이다.

"배치하게 되면 한국은 중국과 미국이 놓는 바둑판 위의 돌이 될 것이며 한반도를 놓고 중국과 미국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독립국으로서의 자주성을 잃게 될 것이다."(<환구시보>) "중국 공군은 폭격기를 발진시켜 1시간이면 한국의 사드 기지와 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파괴할 수 있다"(<해방군보>) 지난 2월부터 중국은 이렇게 을러댔다.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돼 중국 관련 주가 급락하고 코스피지수도 내렸단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입 1위의 교역대상국을 무시하고 어떤 결과를 얻을까.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의 절반가량이 중국인 관광객이었고 우리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한단다. 부총리가 책임진다고?

참외농사 짓던 사람들이 종북, 혹은 불순세력의 선동에 놀아나는 무지렁이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참에 '테레비'가 어떻게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하는지를 제대로 들여다본 것 같다. 그들의 이런 생생한 체험은 대구·경북의 의식지형을 크게 흔들 것이다.

무차별한 비난 속에서도 사드가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치는 '성주 사람들께' 존경과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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