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선관위에 오태완 전 특보 등 대거 참여...청구인 일일이 검수, 이의신청 작업

“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 청구인 명단이 왜 밖으로 나가는 게 허용되냐? 선관위를 믿고 맡긴 건데...." 

하효석(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 진주운동본부) 상황실장은 진주시선거관리위원회의 청구인서명부 열람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하 실장은 이어 "5월 25일부터 청구인 서명부 심사에 들어갔다. 7일부터 열람기간이 시작됐는데 홍준표 지사 지지층이 대거 몰려와 조직적으로 열람, 꼬투리 잡기에 혈안이다"며 "이의신청을 위한 열람은 명분일 뿐 일일이 메모한 것을 고스란히 외부로 가지고 나가고 있다. 선관위는 규정에 없다며 메모 내용에 대해 검수도 하지 않는다”며 재차 지적했다.

▲ 9일 진주시선거관리위원회 1층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 열람실에는 홍지사 지지자들이라고 밝힌 이들이 대거 몰려와 이의신청을 위한 열람을 하고 있다.

9일 오후 2시경, 진주시선거관리위원회 1층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부 열람실 앞이다. 열람실 안에는 5명 씩 2줄로 이미 10명의 신청인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열람인 대부분은 얼핏 보기에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홍준표 경남지사 지지자'라고 말했다. 살펴보니 지난해부터 박종훈 주민소환 경남서남부권 추진본부, 경남서남권발전협의회 등 단체이름으로 기자회견장, 박종훈 주민소환 서명 현장에서 취재과정에 낯을 익힌 이들이다. 거기에다 지난 4.13 20대 총선 때 진주 을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던 오태완 전 경남도 정무특보가 열람실 안팎을 드나들고 있었다. 오 씨는 '홍라인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출입문 입구에 열람신청을 받는 선관위 소속 직원이 2명 자리하고 있다. 지도관리 계장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열람인 메모...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높아 

지난해 경남에서 도지사와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동시에 추진됐다. 선출직 지방공무원을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내쫓는 주민소환투표 제도가 2007년 도입된 이후 전국 처음이다. 

박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명 과정에서 대규모 불법서명이 저질러진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박 교육감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는 쪽이 지난 1월 주민소환투표 추진운동 중단을 갑자기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청구인 서명부 심사에 들어가 늦으면 7월 초 심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선관위 심사 결과 유효서명인 수가 경남 전체 유권자의 10%인 26만7416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면 투표는 실시된다. 

진주시 청구인 서명부는 열람용 복사본으로 총 191권이다. 청구인은 총 3만 6000명이다.

9일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열람기간 첫날인 7일부터 현재 3일째까지 계속열람신청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첫날인 7일은 12명, 8일은 9명, 9일은 오후 3시경 14명 째 열람 중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조직적으로 열람 일정과 열람인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열람인들이 청구인 주소 등 개인정보까지 적고 있다. 이거 말이 안된다.”

서원명(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진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의신청을 위한 열람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선관위가 전혀 제재를 하지 않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열람인들이 주소 등 개인정보는 기재하지 않고 있다. 이의신청을 위해 몇 권, 관리번호와 명단 등을 기재하는 정도”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10명이 열람하는 사이 선관위 소속 직원들은 입구만 지키고 있어 실제 열람인들이 어떤 내용을 메모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거기에다 열람 후 메모 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없이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열람인들은 빼곡히 적힌 A4용지들을 가지고 나갔다.

한 열람인이 적는 A4용지를 살펴보니, 몇 권, 수임자 000, 관리번호, 명단, 주소 불명, 번지 불명 등 사유가 적혀 있다.

▲ 한 열람인이 적는 A4용지를 살펴보니, 몇 권, 수임자 000, 관리번호, 명단, 주소 불명, 번지 불명 등 사유가 적혀 있다.

열람 결과를 물어보었더니, 그는 "허위서명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많다"며 "아는 사람이 분명 박종훈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했는데 홍준표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도 있더라. 확인해보니 안했다더라"고 말했다.

홍준표 주민소환 진주운동본부 관계자는 “진주선관위는 메모한 것을 외부로 가져가서는 ‘안된다’ 라는 규정이 없다고만 하는데….그렇다면 ‘된다’라는 규정도 없다”고 재차 강조하며 “주민등록번호를 가린 채라지만 이름과 주소 개인정보가 있다. 어느 동네 누구가 서명했는지 다 드러나고 청구인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악용 소지가 높다. 사전 명단을 준비했다가 그 사람들을 확인하거나 이후 보복성 등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진주선관위 관계자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고 "그 같은 최악의 경우...."라고 얼버무렸다. 

열람, ‘단순 메모’ 허용…‘외부 유출’ 허용 규정은 없다

그렇다면 열람인은 메모 할 수 있고, 메모한 것을 모두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가.

열람 신청인에게 숙지시키는 ‘주민소환투표 청구인서명부 열람방법 안내’를 살펴보았다. 9개 조항 중 메모를 허용한다는 규정은 없다. 단지 8조항에 ‘열람용 청구인 서명부에 대한 무단복제, 훼손, 사진촬영을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명시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도대체 어디에 메모해서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지.

다음으로 ‘열람시 반원 근무 요령’ 안내문을 살펴보았다. 열람상황 입회 근무요령 조항 마지막 부분쯤에 역시 ‘열람용 서명부 사본에 대한 무단복제, 훼손, 사진촬영 금지’가 있다. 그 아래 단서가 붙어 있다. ‘열람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이의신청을 위해 단순히 메모하는 것은 허용’한단다.

▲ 열람 신청인에게 숙지시키는 ‘주민소환투표 청구인서명부 열람방법 안내’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점은 ‘단순히 메모하는’이다. 메모의 사전적 정의는 잊지 않기 위해서나 남에게 전하기 위해서 간략하게 요점만 글로 적음이다. 단순히의 사전적 정의도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이다.

그런데 열람인 한 사람당 A4 용지 10장이 훨씬 넘는 분량이 단순 메모에 해당될까? 여기에다 열람인이 밖으로 가져나가는 것을 허용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금지 규정이 없으니 허하는 것이라고 내세운다. 하지만 금지한다는 규정도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진주운동본부 관계자는 "주민소환 관련 청구인 서명부 열람 규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으며 선관위 반원들의 업무 태도는 매우 기계적이고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지적과 논란은 이것만이 아니다. 열람인 메모가 ‘공문서 외부 유출’이냐 ‘사문서’냐의 해석이다.

성종남(녹색당 진주위원회) 씨는 “수임인으로서 청구인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공무원 교사 또 자신을 드러내면 불리한 사람들도 개인 신상이 절대 보호가 되는 것으로 알고 서명한 이들이 제법 많다”며 “열람 당일 열람실을 나갈 때 메모한 것과 이의신청서를 내고 가야 청구인 정보와 신상보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는 주민소환법상 열람기간 마감일까지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세부적인 절차나 제재 등 규정이 전혀 없다. 악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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