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시내.시외버스 20대 확인해보니 13대 법규 위반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버스 안을 세심히 둘러보면 눈에 띄는 물건 하나가 있다. 바로 빨간 망치다. 자그마한 빨간 망치로 장난감 같은 느낌을 주지만 버스에는 반드시 비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안전장비중 하나다.

망치 아래에는 "화재나 교통사고 시 창문을 부수고 신속히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식의 문구가 써 있다. 비상탈출망치는 화재나 침수 등 사고로 승객들이 긴급한 탈출을 요하는 경우, 유리창을 깰 수 있도록 버스내부에 비치된 도구다. 

▲ 16인승 이상의 버스에는 적어도 4개 이상의 비상용 망치를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령에서 규정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30조에 따르면 일정 규격 이상의 비상구를 갖추지 못한 16인승 이상의 버스에는 적어도 4개 이상의 비상용 망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의무규정이 되어있다.

지난 2000년 깨지지 않는 버스유리창으로 인명피해를 키운 부산 부일외고 수학여행 버스 사고 이후,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비치를 의무화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버스다. 대중교통이고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일 것이다. 물론 운전기사들의 안전운행이 제일 우선이겠지만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 장비 또한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버스의 빨간 망치들은 잘 있을까? 한 번씩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이 있었나 싶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큰 사고가 많았고 어이없는 희생이 많았는지를 기억하면 언제나 있을지 모를 사고와 재난에 대비하여 꼭 필요한 장비다.

▲ 망치 아래에는 "화재나 교통사고 시 창문을 부수고 신속히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식의 문구가 써 있다.

기자들이 버스를 타서 일일이 확인해 보았다. 총 20개의 버스에 올랐다. 법 대로라면 80개의 망치가 있어야 했다.

결과는 버스엔 71개의 망치 꽂이를 보았고, 그중 62개가 꽂혀 있었다. 80개 기준으로 보면 18개 망치가 부족한 것이고 77% 수준에 불과 했다. 특히 9개 망치꽂이에는 망치가 없었다. 누군가 가져갔던지, 망치 없이 망치 꽂이만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대의 버스 중 망치가 4개 미만인 버스는 13대나 되어 법적 기준을 간단히 무시하고 있었다.

왜 이럴까? 법적으로 의무규정으로는 되어있지만 이를 어겼을 때 따르는 처벌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지키지 않아도 벌금이나 과태료가 없어서 강제성이 없다. 또한 ‘뭐 그런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전불감증도 여전히 한몫 거들고 있다.

버스회사나 이를 감독하는 지자체의 안전의식도 문제지만 그나마 비치된 망치도 몰래 가져가는 수준이하의 시민의식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분실을 막기 위해 버스에는 밴드로 묶어 두거나 나사로 고정시켜 위기의 상황에 쓸 수 없는 무용지물을 만들어 놓은 망치들도 볼 수가 있었다.

물론 버스에 비치된 망치를 쓸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사람의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우리의 안전이 위협 받는 것은 일상과 생활속에서 지킬 것을 지키기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건, 사고를 통해 그 희생으로 만들어진 법과 약속들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안전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학생들이 항상 이용하는 시내버스가 1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 아니 백년에 한 번 사고가 난다고 해도 비상망치는 그 자리를 그대로 지켜야 한다. 버스회사와 관계당국은 하루 빨리 제대로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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