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유등축제를 지키기 위한 진주시민행동, 4월부터 매주 주말 직접 설문조사 실시
5월 10일까지 실시, 분석작업 후 시민토론회 개최할 계획

"축제하는데 가림막 치는 데가 오딨노! 무신 서커스 공연하는 것도 아이고.“

노인의 반발은 컸다. 토요일인 지난 4월 30일 남강유등축제 가림막과 유료화 찬반 시민설문조사가 진행되는 진주중앙시장 입구였다. 

진주시 옥봉동에 거주한다는 여든이 넘은 노인은 “평생을 진주에서 살았고 개천예술제에서 유등을 띄울 때부터 구경해왔지만 지난해처럼 관람객이 없는 축제는 처음이었다”며 “노인들한테 돈을 받는 것도 문제고, 아무나 보지 말라고 가림막을 치는 것은 더 문제”라고 꼬집어 말했다.

▲ 지난 토요인 4월 30일 남강유등축제 가림막과 유료화 찬반 시민설문조사가 진행되는 진주중앙시장 입구. 부모와 함께 아이도 참여했다.

젊은 층의 반발도 거셌다. 설문지에 축제 발전 의견을 적던 김보현(진주시 신안동.30) 씨는 “남강도 공공재, 유등축제도 공공재로 돈을 내지 않아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축제를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가림막 설치에 관해 여전히 관람객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1일 경남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진주지회(지회장 주강홍) 초청 특강에서 "진주교와 천수교의 가림막 설치는 오로지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또 이 시장은 "한꺼번에 수많은 관광객이 진주교와 천수교에 몰렸을 때를 가정하면 어느 누구도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가림막을 치지 않으면 관람객이 몰리는 일이 없어 안전문제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박민정(진주시 초장동.46) 씨는 "유료화가 되면서 실제 관람객이 28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줄어들만큼 축제장은 한산했다"며 "안전을 위해 가림막을 친다고 했는데, 가림막 때문에 사고에 대한 노출이 더 커졌다. 가림막을 치지 않으면 안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또 김경순(진주시 하대동.44) 씨는 “관람객의 시민의식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게 안전이 걱정되면 가림막을 치기보다 그 예산으로 안전을 위한 다른 대책을 강구하거나 축제 관람을 위한 시민 질서의식을 키워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남강유등축제 가림막.유료화 찬반 시민설문조사는 진주지역 정당, 시민단체 등 16개가 참여해 결성된 '남강유등축제를 지키기 위한 진주시민행동'(이하 진주시민행동)이 주최 주관이다. 

시민설문조사는 5월 1일에도 진주중앙시장 앞에서 계속됐다. 진주시민행동은 벌써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진주시민행동 관계자는 “축제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큰 상 받고, 수익 남기는 것보다 시민들이 즐거워야 한다. 재정문제가 있다면 규모를 조금 줄이면 된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창희 진주시장은 공식적으로 진주시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축제 가림막은 진주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외지 사람들에게 볼 면목이 없게 만들었다”며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이 만들고 키워 온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를 욕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유등축제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항의글이 올라왔고, 각종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서는 유등축제 논란 기사가 이어졌다. 또 지금도 SNS에서 유등축제 가림막 설치와 유료화 관련 글이 게시될 때마다 불만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유료화에 대해서도 입장료 산정 기준에 대한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관람과 유료관람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 예술 단체의 유료 공연, 예술가들의 창작품 판매, 지역 토속 음식점과의 연계 등 지역 콘텐츠와 결합한 유료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유료화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난해 유료화는 지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민설문조사는 지난 4월 9일부터 매주 주말마다 실시하고 있다. 진주시민행동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한 가림막 설치와 유료화에 시민 반발이 거셌지만 진주시가 올해도 가림막 설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아 직접 시민들의 의견과 입장을 밝혀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진주시민행동은 오는 10일까지 시민설문조사를 끝내고 20일까지 설문조사 취합, 분석 작업을 거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시민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강유등축제를 지키기 위한 진주시민행동'에 참여한 정당·단체는 진주교육사랑방, 진주 노동당, 진주 녹색당, 진주 아이쿱, 진주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진주지부,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정의당 진주지역위원회, The 공감, 진주진보연합, 진주참여연대, 진주농민회, 진주여성농민회, 진주여성회, 한살림 진주지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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