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 축산생명학과, 6일 부속동물사육장에서 축혼제 치러

맑은 날 벚꽃과 유채꽃 향이 가득한 동물사육장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남다른 의미의 행사가 있었다. 지난 6일 금산면 소재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속 동물사육장에서 인류를 위해 희생된 가축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사를 열었다.

이날 11시부터 진행된 행사에는 축산생명학과(축산학과, 동물생경과학과 통합운영) 교직원과 재학생들, 그리고 농업생명과학대 학장 및 명예교수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속 동물사육장에서 지난 6일 축혼제를 위해 축혼비 앞에 마련한 제사상.

젊은 학생들이 모인 만큼 처음에는 유쾌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제사를 지내게 되자 금세 숙연한 분위기가 동물사육장 전체에 내리 깔렸다.

정병용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장은 “축혼제의 주인공들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존재들입니다. 타들어가는 초가 밝은 빛을 우리에게 주듯 동물들의 희생을 통해 우리는 약품, 생명, 그리고 동물산업에 필요한 수많은 결과물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 학장은 “인간을 위해 매년 세계적으로 5억 마리 이상, 국내에서도 약 200만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용으로 희생된다고 한다”고 밝히며 “동물 실험에 대한 실효성과 윤리 문제로 비판적인 견해가 있지만 아직 많은 전문가들이 동물 실험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동물 실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며 축혼제의 취지와 함께 모두의 다짐을 독려했다.

이어 행사는 초혼, 제문봉송, 그리고 교수와 학생 대표자들의 헌잔 순으로 진행됐다.

▲ 교수 등 교직원들의 초혼, 헌잔, 제문봉송에 이어 학생 대표들도 헌잔과 함께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 절을 올렸다.

부속동물사육장 송상현 박사는 “경상대학교 축산학과는 학과 개설과 함께 매년 거르지 않고 축혼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구제역 파동으로 전국 각지에서 축혼제가 거행되기는 했지만 경상대 축산학과처럼 정기적으로 축혼제를 치르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사가 끝나고 학생들은 제사를 위해 마련된 음식을 나눠 먹는 음복이 있었다. 학생들은 희생된 동물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엄숙한 분위기로 아무 말 없이 표현한 뒤 음복 때가 되자 밝은 분위기를 되찾았다. 꽃구경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학과생들 간의 학우애를 다졌다.

▲ 제사가 끝나고 마련된 음식을 나눠먹은 축산생명학과 학생들.

이날 축혼제 제사상에 헌잔을 했던 안창균 동물생명과학과 학회장은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많이 희생되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삶을 살기도 한다. 동물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동물들의 섭섭함을 달랠 수 있었다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학과 모두가 동물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축산업계 발전에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 뒤 학생들은 제각각 봄날 꽃향기를 즐기며 학우애를 돈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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